야당대표 檢악연사…이회창 "감옥가겠다" 황교안 "내 목 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과거 야당 지도자와 검찰의 악연도 재소환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제1야당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3년 12월, 전직 총재 신분이었지만 이른바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9년 10월 20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①전격 출석 vs 신경전
2003년 8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2년 16대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총재는 최측근 서정우 변호사가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긴급체포되자 일주일 뒤인 2003년 12월 15일 검찰에 전격 출두했다. 당시 검찰도 TV로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보다 이 전 총재 변호인을 통해 “대검으로 곧장 갈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조사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 단계에선 소환 요청에 불응했지만,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뒤 같은 해 10월 1일 전격 출석했다. 관련 사건으로 소환 통보받은 한국당 의원을 대신해 당 대표가 선제적으로 출석한 것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으나 검찰이 요구한 소환일(12월 28일)에 전남·광주 방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이후 이 대표 측은 이후 검찰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10일 출석을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범죄 피의자가 동네 마실 나가듯 소환 조사 일정과 방식을 고르겠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②“내 책임” vs “잘못 없다”
이회창 전 총재는 검찰 출두 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5분여간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은 전적으로 내 책임으로, 내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내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8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도 “내가 모금에 관한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2019년 10월 서울남부지검의 포토라인 앞에 선 황교안 전 대표는 “책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 대표인 저의 책임”이라면서 “검찰은 저의 목을 치라”고 말했다.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만 대동한 채였다. 그는 “당에 당부하니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경고한다.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황 대표는 5시간 동안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고, 당시 민주당은 “검찰 겁박 쇼”라고 비판했다.
10일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에는 당 지도부가 동행했고, 지지자가 집결했다. 성남지청 청사 앞에서 이 대표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9분간 읽었다. 이 대표는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고 말했다.
③최종 법정 판단은?
2004년 검찰은 9개월에 거쳐 불법대선자금 수사했지만 이회창 전 총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입건하지 않았다. 불법자금 모금 지시 부분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신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 등이 사법처리됐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2020년 1월 황교안 전 대표와 여야 의원 28명을 불구속·약식기소해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라며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이외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으며 대장동 투기, 변호사비 대납 등으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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