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모두가 내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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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일이 꼬이고 잘못될 때가 있다.
둘러보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도 있고,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어제의 일에 매달리면서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우리 부디 남 탓을 하고 어제의 일에 발이 묶여 내일의 문제를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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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일이 꼬이고 잘못될 때가 있다. 아예 엉망으로 나빠질 때도 있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넘어지고 또 넘어질 때도 있고, 뒤에서 누군가 숨어서 일부러 넘어뜨리는 것처럼 넘어지고 넘어질 때가 있다. 원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나한테만 이렇게 연속적으로 나쁘게 생기는가. 둘러보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도 있고,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아무 곳에서도 도움이 오지 않는데 이를 어쩌면 좋으랴. 하기는 우리 옛말에도 잘되면 제 탓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을 한다는 말이 있다. 어딘가 기대고 싶은 것이고 어딘가 핑계 대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나쁜 쪽으로 향하는 웨이브가 쉽게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는다. 옛 어른이 하시는 말로 그 땅에서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라, 그런 말이 있지만 이런 말씀 또한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일단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참아야 한다. 그러면서 마음 깊이 자기 자신의 둘레를 살펴야 한다. 나날의 삶을 살피고 습관을 살피고 인간관계를 살피고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런 뒤에 천천히 해답을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다른 쪽으로 해야 한다. 암중모색,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고 수풀 속에 길이 보이기를 바라야 한다. 진정으로 그것이 그러할 때 문제의 핵심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절대로 남에게서 찾으면 안 된다. 그야말로 그것은 패착이다. 이럴 때 나폴레옹이란 사람이 했다는 이런 말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역시 나의 불행과 역경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자는 말이다.
또 하나. 어제의 일에 집착하고 어제의 일에 매달리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어디까지나 어제의 일은 참고자료이고 문제의 핵심은 오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명한 사람치고 어제의 일에 매달리는 사람은 없다. 학교 학생이라 할 때 지금 수학시험 시간인데 지난 시간 국어시험 잘못 본 것을 후회하고 거기에 매달려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젊은 부부가 부부싸움을 할 때도 지난 이야기를 많이 꺼낼수록 부부싸움은 길어질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어제의 일에 매달리면서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성공한 사람, 용기 있는 사람은 늘 문제의 핵심을 자기에게 돌리고 오늘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2023년 새해. 내 나이 78세.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나는 요즘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리는 시 작품을 정리하는 일. 지금까지 낸 창작시집이 총 50권. 시집 전집 출간을 준비 중이다. 왜 시 전집이 아니고 시집 전집인가? 2006년도 이미 시 전집을 낸 바 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나온 시집의 시편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들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제외하고 책을 냈다. 그러나 이번은 아니다. 그래서 시집 전집이다. 시집을 가능한 한 원형 그대로 싣겠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오늘날 내가 보기에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시편들까지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책에 싣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시 전집이 아니고 시집 전집인 것이다.
말하자면 내 잘못, 나의 실패, 나의 패덕까지를 나의 것으로 인정하고 끌어안겠다는 말이다. 여기에도 내 나름 ‘모두가 내 탓입니다’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 우리 부디 남 탓을 하고 어제의 일에 발이 묶여 내일의 문제를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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