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 개교회주의 넘어 작은 교회 살리는 섬김 힘써야”

박지훈 2023. 1.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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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만난 김정석 감독. 김 감독은 올해가 로버트 하디 선교사의 ‘영적 각성’ 120주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디 선교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교회 역시 회개를 통해 깨끗한 심령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성령의 역사가 다시 임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120년 전의 기적을 다시 경험해봤으면 한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나무위키에서 '광림교회'를 검색하면 이런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주요 대형교회 중에서는 사건·사고가 가장 적은 편이다." 실제로 광림교회는 비슷한 규모의 대형교회들에 비해 각종 논란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쩌면 이것은 이 교회 담임목사인 김정석(62) 감독의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는 어떤 사역을 벌이건 조용하게, 심지어 좋은 일을 하고도 생색내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사역들, 특히 지난해 10월까지 임기 2년의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 감독을 지내면서 전개한 프로젝트들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이 대표적이다. 이 기금을 통해 서울남연회 소속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올해부터 4년간 매달 재정적 후원을 받게 된다. 기금 조성은 작은 교회와 큰 교회가 2인3각 경기를 하듯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김 감독의 소신이 투영된 결과였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진행된 김 감독과의 대담 역시 이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감독 재임 기간 내내 미자립교회를 위한 다양한 일들을 펼쳤는데.

“한국교회 절반 이상이 미자립교회다. 이곳들엔 힘든 상황에서도 한 명의 영혼이라도 구원하기 위해 애쓰는 목회자들이 있다. 큰 교회는 개교회주의를 넘어 이런 교회들을 섬겨야 한다. 하지만 큰 교회들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너무 많다. 작은 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 큰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선교와 전도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한국교회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해법이 있을까.

“지난 3년간 한국교회는 박해 아닌 박해를 받았다. 한때는 모일 수도, 통성 기도를 할 수도, 찬양할 수도 없었다. 하나님 말씀을 전파해야 하는 목사로서 이런 상황을 마주하며 ‘교회다운 교회’는 무엇인가 더 고민하게 됐다. 앞으로 교회가 다시 회복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교회는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면서 세상의 어둠에 맞서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그래야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 ‘차별금지법 반대 명사 초청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하셨는데.

“지금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엔 독소 조항이 있다. 동성애는 공동체의 가장 귀한 가치인 가족의 의미를 무너뜨린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동성애를 옹호하면서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이다. 이미 차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32개나 되는 상황에서 법 제정을 강행하면 사회적 갈등만 일으킬 뿐이다.”

-올해는 광림교회 설립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벌이는 일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경기도 화성에 70주년 기념교회(동탄광림교회)를 봉헌한다. 아프리카 잠비아에 세우는 ‘잠비아광림미션센터’도 오는 6월 완공된다. 잠비아는 기독 국가이면서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아프리카 곳곳에 신학교를 세우고 지도자를 훈련시켜 각 나라로 파송할 생각이다. 오는 4월 아프리카로 가서 현지 감리교 감독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교회 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해가 될 것 같다. 올해 교회 표어도 ‘부요케 하시는 예수의 생명을 열방에 증거하는 교회’(고후 8:7~9)로 지었다.”

-지난해 부친인 김선도 감독이 소천하셨는데.

“아버지가 떠난 뒤에야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닮고 싶은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아버지는 영적 생활을, 경건주의를 견지한 목회자였다. 70세를 넘긴 뒤에도 새벽기도를 빠뜨린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성공한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과의 영적 교류 덕분일 것이다. 아버지는 또 평생 공부하신 분이었고, 자기 관리가 엄격했다. 저한테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라고. 설교 잘하라는 말보다 항상 절제할 것을 당부하시곤 했다.”

-광림교회 담임자로서 부담감을 느낄 때도 많을 것 같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하지만 이제 곁에 없으니 허전함을 느낄 때가 많다. 과거엔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했는데 요즘엔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한국교회엔 이제 ‘어른’이 별로 없다. 조언을 구할 분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 두렵다. 기도하면서 소명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것이 광림교회가 감당할 사명일 것이다.”

-새해를 맞아 성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신앙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날 때는 언제인가. 그중 하나는 우리 스스로 부족하다고, 약한 존재라고 느낄 때다. 어느 시대든 어려움은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좋은 것을 주고자 하시는 분이다. 교인들에게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 기도하면서 나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좀 뭔가를 나눌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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