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의 핵무장이 초래할 비용과 위험

로버트 아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 핵무기 위협과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우려를 볼 때 대한민국에서 독자적 핵무장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권국가의 선택 사항이지만, 한국이 여러 함의를 면밀하게 고려하면 핵무장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한국에서는 미국 도시가 공격받더라도 미국이 과연 핵무기 사용까지 포함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수호에 나설 것인지 우려를 제기한다. 북한보다 훨씬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던 소련이 미국을 위협했던 냉전 시대에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가졌던 의구심이기도 하다. 당시 그들은 미국의 핵 확장억제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미 동맹의 독특한 연합방위체제, 주한 미군 2만8500명, 한국 주재 미국인 수십만 명, 역대 최고의 끈끈함을 보여주고 있는 양국 관계와 공동의 가치를 볼 때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은 미국의 핵심 가치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에 미국은 단호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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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 위협에 한국 핵무장 논란
핵은 비용 크고 한반도 안정 위협
확장억지력 강화가 더 나은 선택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한·미는 북한의 공격에 효과적인 억지력을 이미 함께 보유하고 있다. 한미 재래식 군사력은 굳건하며, 한국군이 독자적 군사력을 증강함에 따라 더 굳건해지고 있다.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 폭격기 등 강력한 위력의 미국 핵전력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

한미 동맹과 북한의 재래식 군대가 충돌하면 어떤 경우에도 북한군이 완패할 것이란 점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에 손을 대는 순간 북한 정권 궤멸을 위해 미국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점도 김 위원장은 알아야 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자체가 종결되지는 않겠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약화할 것이다. 한국인이 자위력을 갖췄고 미국의 한반도 수호 의지를 의심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많은 미국인은 큰 비용을 들여 위험하게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할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론자들은 북한이 남북 협상 테이블로 나오고 핵무기를 감축하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견인하는 데 핵무장론이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비싸고 위험한 핵 경쟁만 촉발할 것이다.

핵무장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저해할 것이다. 한국은 핵무장이 북한만을 목표로 할 뿐이지 중국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주도 연합 세력의 대중국 봉쇄 전략의 하나로 볼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 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도입 때처럼 더 거친 보복을 받을 것이다.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세계 비확산 체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일본 등이 선례를 따르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핵무기 도입 자체도 비용·속도·과정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핵물질 제조를 위한 특별 시설이 없으니 만들어야 한다. 핵무기 개발 및 실험, 신뢰할 수준의 충분한 억지력 확보, 존속 가능한 보복 능력을 갖추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리고 재래식 군사력과 국가의 우선 부문에서 재정과 인력을 차출해야 한다.

핵무장에 따른 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핵공급국그룹(NSG)은 핵으로 무장한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축우라늄 전량을 해외 공급에 의존하며 국내 전력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한국의 원자력 프로그램은 거의 중단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계속 의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확장억지력을 더 강화해 대북 억지력을 높이면 한국인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이 고려될 때 최고 수준의 위기 통신에 참여하고, 계획 및 실행 과정에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핵무장 등 덜 바람직한 다른 선택지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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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아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