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미래를 택했다…72% 반대에도 연금개혁 승부수

이유정 2023. 1. 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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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프랑스 렌느에서 연금개혁 반대 시위자들이 설치한 플래카드. 보른 총리, 마크롱 대통령, 뒤솝 노동장관 얼굴(왼쪽부터)과 함께 ‘죽은 자에게 연금은 없다’란 글이 쓰여 있다. [AFP=연합뉴스]

고령화 추세로 올해부터 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프랑스가 ‘정년 연장’을 통한 연금개혁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45) 대통령이 집권 1기(2017~2022년)부터 드라이브를 걸어 온 개혁 공약 중 저항이 거센 정책이다. 현행 62세인 정년을 2027년까지 63세, 2030년까지 64세로 늘리는 등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게 골자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고 프랑스24 등이 보도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1964년 이후 출생자는 지금보다 1년, 68년 이후 출생자는 2년을 더 일하게 된다.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한 근속 기간은 기존 42년에서 2035년까지 점진적으로 43년으로 연장된다. 근무 기간을 늘리는 대신 최소 연금 수령액은 최저임금의 75%(월 1015유로·약 135만원)에서 85%인 월 1200유로(약 160만원)로 올린다.

프랑스의 연금 제도는 보험처럼 미리 납부하는 한국의 국민연금(부분 적립식)과 달리, 그해 근로자들이 은퇴자의 연금을 부담하는 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85%(2021년)인 초고령사회다. 1990년대까지 프랑스의 현역 근로자 2.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했지만, 2070년에는 1.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프랑스연금개혁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이대로라면 2023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27년에만 연간 120억 유로(약 16조원)가량 적자가 생기며, 적자 폭은 25년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연금개혁이 재정뿐 아니라 세대 간 분배 문제와도 직결되면서 마크롱은 집권 1기부터 이를 추진해 왔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이후의 첫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한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연금개혁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하고 견고한 사회 시스템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 비용 등 물가 상승에 직면한 프랑스 여론은 부정적이다. 프랑스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엘라브가 지난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2%는 정년 연장 등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27%에 그쳤다.

프랑스민주노동연합(CFDT) 등 5대 노조·사회단체는 총파업 및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향후 사회 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될 것”이라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마크롱 1기 때도 2018년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철도·교육·의료 등 공공부문 노조가 연금개혁 반대 등을 내세우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2019년 12월부터 고속철도(TGV) 등 공공부문의 연쇄 파업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며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2020년 3월 정부가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연금개혁 논의는 중단됐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부안의 의회 통과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는 행정부 입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는 헌법 조항에 근거해 행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의회의 행정부 불신임 투표에 맞닥뜨릴 수 있다.

노조 등의 반발에도 마크롱이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기득권을 타파하는 개혁 대통령으로 평가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미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전임 대통령들이 연금개혁에 나섰다 실패했지만 자신은 이를 성공시켜 업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이 연금개혁에 실패하면 일찍 레임덕에 빠져 정국 운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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