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의혹 수사를 정쟁화해선 안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현직 제1 야당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수사와 관련해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어제 검찰청사 앞에서 보인 모습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엄호하듯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이 대표는 약 10분간 입장을 발표했다. 대부분을 “소환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든가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라는 정치적 공격으로 채웠다. 특히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질문엔 사실 상 진술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지지자 몰린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 현장
결백하다면 진술 거부 말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이 대표 입장에선 지난 정부에서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사실이 불만일 수 있다. 결백하다면 검찰에서 소상히 설명하면 된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의원들을 대동해 여론몰이 하듯 일방 주장을 쏟아내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사법 절차를 정쟁으로 변질시킬 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성호·이상민·조응천 의원 등이 이 대표 개인의 문제에 당이 나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강경파 목소리에 묻혔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관내 기업들로부터 부지 용도변경 등 청탁을 받고 성남FC에 160여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말처럼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민들의 이익이 될 뿐”이라면 검찰 조사가 오히려 의혹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검찰이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면 법원 문턱에 걸리게 된다. 이 사건 외에도 대장동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이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대표는 자신과 관련한 각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뇌물 등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됐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이들의 혐의를 무겁게 봤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야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점에 대해서만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옳다. 정쟁을 부추기는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대응과 민생을 이유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그래 놓고 이 대표 보호에만 몰두한다면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은 또 한 번의 ‘방탄 국회’임을 입증할 뿐이다. 엄정해야 할 팩트에 대한 수사가 정치 논란에 휩싸이는 양상은 검찰에도 부담이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을 신속히 수사해 ‘시간끌기용’이라는 시각을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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