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한수지, 첫 블로퀸 정조준

김효경 2023. 1.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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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에서 미들 블로커로 변신한 한수지. 35세에 블로킹 여왕을 노린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35세에 첫 ‘블로킹 여왕’ 등극을 꿈꾼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미들 블로커 한수지가 ‘장충(체육관)의 벽’으로 우뚝 섰다.

GS칼텍스는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를 거뒀다. 최다득점자는 모마(30점)였지만, 승리의 1등 공신은 한수지였다. 1세트에서만 블로킹 4개를 잡아낸 한수지는 이날 8개의 상대 팀 공격을 가로막았다. 1경기 개인 최다 기록. 특히 KGC 주포인 엘리자벳의 스파이크를 무려 5번이나 차단했다.

한수지는 “블로킹 욕심을 낸 건 아니다. 지난 3라운드 경기에서 엘리자벳에게 자주 당해서 ‘뭐가 잘못됐을까’ 생각했다. 엘리자벳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동작과 타이밍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수지의 블로킹엔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세트당 0.788개를 잡아내 양효진(현대건설), 정대영(도로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도로공사)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수지는 “팀 순위 싸움이 치열해 기록을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개인 블로킹 순위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한수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센터’ 경력은 이제 7년째다. 친언니 한은지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줄곧 세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블로킹이 좋은 장신(1m83㎝) 세터였던 그는 200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혔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은 뒤 서남원 감독의 제안을 받고 미들 블로커로 변신했다. 다른 센터들에 비해 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해마다 블로킹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한수지는 “여전히 공격력이 부족하다”면서도 미들 블로커로 뛰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다. 한수지는 진기록에도 도전한다. 09~10시즌에 세터상을 받았던 그는 올해 미들블로커 베스트7에 도전한다. 세터와 미들블로커로 모두 상을 받은 선수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한수지는 올해도 GS칼텍스의 주장을 맡았다.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되면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2019년 한수지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차상현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차 감독은 “주장이자 맏언니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팀 내 유일한 80년대생인 한수지는 “MZ세대인 후배들과 대화가 어렵다”면서도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V리그는 이제까지 1번에서 20번까지만 등번호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부터는 1~99번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1번을 쓰던 한수지는 34번을 택했다. 학창 시절 쓰던 3번과 농구동호회에서 남편이 쓰는 4번을 합친 숫자다. 한수지는 “남편이 섀킬 오닐이 쓰던 번호라면서 놀렸다”고 했다. 오닐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센터다. 블록슛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센터로 나서 블로킹을 한다는 건 똑같다.

GS칼텍스는 개막 전 현대건설, 흥국생명과 함께 ‘3강’으로 꼽혔다. 여름에 열린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차츰 팀이 안정되면서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수지는 “시즌 초반 잇따른 패배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니 배구가 재밌어졌다”며 “상대 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더욱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 한수지는…

「 생년월일=1988년 12월 31일
포지션=미들블로커(센터)
키·체중=1m83㎝, 77㎏
출신교=전주동초-근영여중-근영여고
프로 입단=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 GS칼텍스(전체 1순위)
주요 경력=2007년 현대건설-2010년 KGC인삼공사-2019년 GS칼텍스
2006~07시즌 신인상
2009~10시즌 세터상
2016년 컵대회 MIP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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