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 박사 다 모여! 젠지들이 픽한 오픈런 식당은 어디?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CPA에 낙방한 과거를 전화위복 삼아 호주로 건너간 26살의 김훈은 샌프란시스코 미슐랭을 거쳐 삼각지에 ‘쌤쌤쌤’을 오픈했다.
Q : 처음부터 셰프를 꿈꿨나요?
A : 원래 전공은 경제학과였어요. 24살에 CPA에서 떨어지고 대학 동기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 시작했을 때 전 요리사의 꿈을 안고 호주로 갔죠. 집안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렇게 호주 파인 다이닝에서 일을 하다 미슐랭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퀸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 살다 온 샌프란시스코를 떠올리며 삼각지에 ‘쌤쌤쌤’을 오픈했죠. ‘쌤’은 ‘삼각지’의 ‘Sam’에서 따온 거예요.
Q : 젠지들이 오마카세, 생면 파스타 바 같은 파인 다이닝을 자주 찾던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의 레스토랑을 오픈했어요. 틈새시장을 공략한 건가요?
A : 요즘에 파스타 하나에 3만~4만원 하는 곳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파스타가 아니라 좀 더 자주 먹을 수 있는 친근한 가격의 파스타집을 열고 싶었어요. ‘프리모바치오바치’와 ‘서가앤쿡’의 계보를 잇는. 한동안 그런 저렴한 파스타 브랜드의 부재가 있었거든요. 20대가 부담 없이 방문해서 먹을 수 있는 파스타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Q : ‘쌤쌤쌤’ 매장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했나요?
A : 제가 가고 싶은 공간을 그대로 만들었어요. 항상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향수가 있었거든요. ‘쌤쌤쌤’을 오픈할 당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금지됐고, 그 시기에 해외 도시를 오마주한 공간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쌤쌤쌤’이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것도 타이밍이 절묘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희 대표 메뉴인 라자냐도 미국 가정집에서 자주 먹는 ‘집밥’ 음식이에요.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친구 엄마가 오븐에서 바로 꺼내서 퍼주는 것 같은 온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이었죠.
Q : 뒤이어 오픈한 ‘테디뵈르하우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A : 사실 ‘런던베이글뮤지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사람들이 종로구 ‘런던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삼각지 ‘파리동’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웃음) 농담이고요, 마침 파리라는 도시를 참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빵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이미 파리… 바게트…는 있고…(웃음) 크루아상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좀 더 사업자의 마인드로 말하자면 삼각지 일대에 베이커리 카페가 많이 없었어요. 게다가 손님분들이 ‘쌤쌤쌤’을 너무 사랑해주시는데 웨이팅이 너무 고되기도 하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빵집을 해서 더 많은 손님을 모시고 싶었어요.
Q : 계속해서 젠지의 이목을 끄는 식당을 오픈하고 있어요. 그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따로 하는 노력이 있나요?
A : 당연하죠. MZ세대의 문화를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해요. 저는 M이긴 하지만 Z세대는 아니거든요. 젠지 세대 브이로거들을 유튜브로 엄청 보고, 캐릿도 구독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제 식당들의 주요 고객층이니까요. 뭘 소비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그런 정보를 SNS로 많이 얻는 편이죠. 저 같은 경우 워낙 인스타그램으로 맛집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식당을 하기 전부터 인플루언서가 돼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게시물에 반응하는지 데이터도 꽤 쌓여 있었고. 그런 사람이 오픈한 식당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좀 더 믿어주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해요.
Q : 인스타그램 피드에 어떤 음식을 올렸을 때 가장 ‘좋아요’가 많이 나오던가요?
A : 절대 특이하거나 특별한 음식들이 아니에요. ‘배달의민족’ 앱을 켜면 상위 5위 안에 랭크되는 음식 종류 있잖아요? 떡볶이, 피자, 치킨, 고기, 빵! 이런 대중적인 음식에 가장 많이 반응해주세요.
Q : 최근에 다녀온 공간 중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곳이 있나요?
A : 어디를 가나 항상 충격을 받는데(웃음) 특히 ‘런던베이글뮤지엄’에 가면 늘 충격을 받죠. 인테리어나 디테일 하나하나가 다 너무 대단해요. 기획하신 분의 디자인 감도가 굉장히 뛰어나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못 하거든요. 많은 분이 ‘테디뵈르하우스’가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오마주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아예 부정할 수는 없어요. 영향을 받은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Q : 특히 애착이 가는 소품이나 집기가 있나요?
A : ‘테디뵈르하우스’에 있는 소품은 대부분 파리에서 들고 온 것들이에요. 조명이나 곰 인형, 커피 머신,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까지도요. 밖에 세워진 커다란 곰 인형 피규어만 빼고요. 저건 제주도 테디베어 뮤지엄과 컬래버레이션한 소품이에요. 제안을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쌤쌤쌤’에서는 앞접시에 가장 애착이 가요. ‘Enjoy Here, Think Later’라는 저희 슬로건이 담겨 있으니까요. 레터링이 벌써 많이 벗겨져서 다 바꿔야 할 것 같아요.(웃음)
Q : 눈 밝은 오너 셰프로서 〈코스모폴리탄〉 독자에게만 식당, 카페, 술집을 하나씩 추천한다면요?
A : 역시 저는 고깃집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몽탄’이나 ‘남영돈’ 이런 곳은 너무 유명해서 웨이팅도 정말 길잖아요? 그래서 저는 ‘도야집’이라는 곳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몽탄’급으로 맛있는데 웨이팅은 비교적 적거든요. 저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가는 것 같아요. 카페는 신도림에 있는 ‘헤비로테이트’를 좋아해요. 커피도 정말 맛있지만 이곳의 특별한 점은 상업 인테리어를 하는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거예요. 근데 공간이 굉장히 소박하다고 해야 하나요?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방문할 때마다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술을 많이 안 마시지만 맥주 한 잔이나 하이볼 한 잔 정도 하는 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모던 오뎅’에서 맥주 한 잔 시키고 어묵을 이렇게 골라서 먹으면 굉장히 좋습니다.
Q : ‘쌤쌤쌤’과 ‘테디뵈르하우스’의 넥스트 스탭도 궁금해요. F&B가 아니더라도요.
A : 저의 안목이나 기획 능력을 좀 더 키워서 파리를 오마주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해보고 싶어요. ‘아스티에드빌라트’나 ‘포인트오브뷰’처럼 선물하기 좋은 굿즈나 기념품을 파는. 그리고 가능하다면 ‘쌤쌤쌤’ 2호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각지 매장이 협소해서 손님들이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기획을 ‘올스톱’한 상황이에요. 처음엔 지금 너무 잘되고 있으니 다음 브랜드도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불안해한다고 해서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강박을 가질수록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현재에 만족하고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좀 더 소화가 가능할 때, 그릇이 커지면 하나씩 이뤄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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