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전대 출마는 좀 더 고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6일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충돌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직속 기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나 전 의원을 3년 임기의 이 자리에 위촉했는데, 나 전 의원이 3개월 만에 직을 던진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정치라는게 여러 상황이 많이 변하니 좀 더 고민하겠다”며 “우리 당의 내년 총선 승리와 대통령께 어떤 결정이 도움이 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구석에 몰린 상황이었다. 대출 탕감 아이디어가 보도된 다음 날인 지난 6일 안상훈 사회수석이 직접 나서 “정부 정책 기조와 전혀 반대되며, 사전에 논의된 적도 없는 정책”이라고 공개 반박한 뒤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부가 “해촉”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진심이 왜곡돼 안타깝다”며 해명했지만 대통령실의 공세 수위가 계속해 높아지자 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을 더 끌 경우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나 전 의원 사의 표명 직전까지도 친윤계는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김정재 의원은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출마하고 싶은 유혹은 순간의 지지율 때문에 그렇다.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도 “(2년 전 대표 선거에 나왔을 때) 참모들도 나 전 의원과 거리를 두고 있고, 대부분이 이미 친윤으로 포섭돼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 측에선 나 전 의원을 “현역 의원이 1명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친윤계는 압박과 동시에 불출마 설득을 하는 양동작전도 폈다.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 서울시내 호텔에서 나 전 의원을 만났다. 회동 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의 표명을) 들은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거나 보류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사의를 수용하면 전당대회 출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위원장 자리야 어차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권 도전은 다른 차원”이라며 “나 전 의원이 막판까지도 윤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친윤계 후보가 아니라 비윤계 후보가 된다는 점도 나 전 의원이 고민하는 점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는 순간 반윤이 되는데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며 “출마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에선 “현재 당심 1위지만 비윤계 후보로 인식될 경우 당원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친윤계와의 공개 파열음 이후에도 당심 1위를 유지한다면 홀로서기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다영·박태인·김준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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