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반납할 돈으로 ‘격려금 파티’…작품 가격도 마음대로 조정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윤범모 관장이 올해 전시 계획을 소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이사장 윤범모)은 국고 납입 수익금을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속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 관리와 업무에 대한 특정감사(지난해 10월 24일~11월 4일) 결과,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시정 1건, 경고 2건, 주의 6건, 통보 6건, 현지조치 1건)를 확인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미술관은 일반구입 수집작품의 제안권자인 외부 전문가를 대폭 축소해 이들의 제안을 위축시켰다. 또 작품 경매구입 제안도 학예직 7~8명이 독점했다. 경매구입이 제안된 115건 중 40건은 응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채 경매를 진행했고, 16건을 최종 낙찰받았다.

작품 구입 가격도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상향 조정하고, 일부는 임의 조정한 가격에 매입했다. 2020~2022년 일반구입을 결정한 279점 중 26점 가격을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 의견과 달리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페르난데즈 작품은 실제 구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 편의시설 수입 약 3200만원을 회계연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했다. 문화재단은 또 2020~2022년 체결한 3000만원 이상 계약 21건 중 20건을 수의계약했다. 재단은 자체 재무회계규정에 따라 일반경쟁이 원칙이고, 제한적으로 수의계약할 수 있다.

이밖에 3년간 보존·복원한 백남준의 ‘다다익선’의 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작품 일부가 고장 난 채 전시했다. 또 지난해 8월 29일 발생한 미술관 유튜브 채널 해킹 사건을 문체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윤범모 관장은 일부 부서장의 직원에 대한 이른바 ‘갑질’을 인지하고도 방관했다.

윤범모 관장은 문체부의 미술관 특정 감사 결과와 관련해 10일 “감사 결과를 지금 차분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미술관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날 미술관 새해 전시와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지금 각 부서에서 (감사 결과) 검토를 시작했다. 검토내용을 바탕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재심의를 요구할 것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