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머리 기르고 흰수염…쌍방울 김성태, 태국 골프장서 잡혔다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0일 태국 현지에서 검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외로 도피한 김 회장이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 날 체포된 것이다. 해외도피 8개월만이다. 태국 경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있던 양선길 쌍방울 그룹 회장도 함께 체포했다.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친인척간이다.
1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현지 시각 오후 5시30분에 태국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양 회장과 함께 태국 방콕 북쪽 빠툼타니주의 P골프장에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된 쌍방울 ‘금고지기’ 김모씨가 주고 받은 이메일과 김씨가 갖고 있던 연락처 등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
우리 수사당국은 김 전 회장의 도피 의혹에 대한 정보를 태국 경찰 산하 이민청 등에 제공했고, 현지 경찰이 최근 본격적인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돕고 있는 주변 인물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포위망을 좁혀가는 중이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씨 외에도 ‘도박 자금줄’ 역할을 했던 여성 등 도피를 도운 인물들을 쫓으며 포위망을 좁혀 왔다. 검찰 관계자는 “쌍방울 그룹의 정관계 비리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배임·횡령및 변호사비 대납 등 수사에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와 중국에서 만나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 등에 대한 사업 우선권을 따내고 그 대가를 북측에 준 의혹(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9년 한해 쌍방울 그룹이 여러 경로로 북측에 전달한 돈이 2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속 기소된 안부수 회장이 이끄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는 2018년 11월 고양시,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아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 주최했다. 검찰은 이때도 쌍방울이 아태협을 통해 행사 비용 수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사업 성사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에르메스 말 안장을 선물했고 롤렉스 시계 등을 사들여 북측 고위급 인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 200억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에 김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CB는 김 전 회장이나 측근들이 실소유한 사실상 쌍방울그룹의 페이퍼컴퍼니들이 사들였는데, 이 회사들의 CB 매수자금에 쌍방울 돈 30억원이 투입되고(횡령), 페이퍼컴퍼니 조합원이 출자한 지분이 임의로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바뀌는 등 4500억 상당의 손해가 발생(배임)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전환사채 200억원 중 100억원의 CB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비비안)의 돈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도 연결된다고 의심하고 관련 계좌를 추적해 왔다. 200억원 중 100억원의 CB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비비안)가 2019년 12월 사외이사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를 선임해서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쌍방울·KH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된 김 전 쌍방울 회장에겐 ‘황제 도피’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김 회장이 검찰 수사망을 피해 지난해 6월부터 태국 등지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데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하고 서울 강남의 유명 유흥업소 여자 종업원을 도피처로 불렀다는 등의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2001년 한국과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은 태국은 비교적 범죄인 송환 협조가 잘 이뤄지는 국가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현지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내는 등 귀국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 실제 국내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박현준ㆍ윤정민ㆍ최모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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