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제지당한 유족... 전문가, "제가 아는 상식 아니다" 지적 [이태원참사_기록]

조혜지 2023. 1. 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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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질문도 못한다"... 12일 청문회 대신 '의견 청취' 공청회 형식 유가족 참여 회의

[조혜지, 남소연 기자]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전문가 공청회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 남소연
 
"유가족 분들 발언 자제해주십시오."

10일 오후 4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공청회 현장. 마이크가 없는 자리,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신상발언을 듣던 한 유가족이 발언을 던졌으나, 곧바로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에 의해 제지됐다.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의 목소리였다.

조수진 의원은 회의 시작 전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나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본인 저격 발언에 반발, 첫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반박을 제기하는 중이었다. "위원장님 좀..." 유가족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이내 목소리는 묻혔다. 조 의원의 신상발언은 중단 없이 마이크를 타고 기록됐다. 회의는 조 의원의 신상발언을 끝으로 정회됐다.

유가족 23인 '청문회 나가겠다' 했지만...

결국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족이 참여하는 '청문회'는 불발됐다. 대신 의견 수렴 형식의 '공청회'로 오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실질적인 증거 조사 형태의 청문회 대신 의견 진술만을 위한 공청회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유가족 측은 애당초 23인이 청문회 참여를 신청했으나 이 숫자마저도 여야간 협상 대상이 됐다.

참사 피해 당사자로서, 국정조사를 지켜 본 유족들에게선 "답답하기만 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종철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하면 뭐하나 생각이 든다. 여야 싸움만 하기 때문"이라며 "법을 바꿔야 한다. 피해자가 참여해 조사위원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당사자가 질문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하고 싶은 질문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당국자들의 책임 방기를 묻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6시 34분부터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조치가 안됐다. 조치만 제대로 됐어도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질문도 하고, 답변도 듣고 싶은데 결국 답답한 사람은 피해자들이다"라고 호소했다.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전문가 공청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전문가 공청회에 참여한 재난의학 전문가들은 참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자 권리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인도주의학과 재난학을 연구한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유가족의 발언이 가로막힌 국정조사 시스템 자체를 상기했다.

차 교수는 "유가족 분들이 (공청회 전문가들이 앉는) 이 자리서 말하실 텐데, 있으실 위치는 여기가 아니고 국정조사 위원석이라고 본다"면서 "아까 피해자 대표 분이 한 위원의 말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묻혀 버리는, 위원장도 그 목소리를 막을 수밖에 없는 그 구조 자체가 피해자 중심주의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본다"고 말했다.

"피해자 목소리, 국조에 반영돼야... 유가족 있을 자리는 국조 위원석"

이어 차 교수는 "유가족들이 말하는 목소리와 제기하는 질문들이 국정조사 과정 중은 물론 (재난 예방을 위한) 정책 형성 과정 중에도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음 재난을 대비하고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분들이나,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는 국조 위원들이 있으나 유족들이 질문할 자리는 없다는 것이 제가 아는 상식과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발생한 재난은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미리 대비하는 다른 '재난 대응 선진국'들의 예를 들면서 한국에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사를 겪은 분들의 고통은 복합적이고 만성적이다"라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피해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의학 전문가인 김장한 울산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도 부재에서 찾았다. 지자체가 자체 운영하는 미국의 재난사망자대응팀(DMORT)을 함께 소개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선) 대형 재난은 행정검시 영역으로, 재난사망자대응팀이 현장에서 검시해 영장이나 경찰 관여 없이 해결하면서 유가족과 소통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역할이) 우리나라는 부재하다"면서 "서울시에서 이 부분을 운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 교수가 말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언급하면서 "부모에게도 시신 신원확인을 해주지 않는다거나, 장례식장이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고, 연고자가 바로 옆에 있는 데도 확인을 해주지 않은 사례를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관료주의적이고 피해자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오는 12일 오후 2시 진행되는 공청회에는 참사 희생자 유족 8인과 생존자 2인, 참사 발생 지역 상안 2인 등 12명이 진술에 참여한다. 각 진술인 별 진술시간은 7분이며, 진술 이후 국조 위원들이 5분간 질의 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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