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부 '전세사기' 전방위 대책 마련에도…"실효성 없다" 한목소리
"진전없이 제자리 걸음"…피해자들 한숨
"또 다른 임대도 사기라면 정부가 어떻게 책임 질건가"
정부가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으로 임차인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자 관련 대책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보증금 반환을 위한 절차를 앞당기고 법률 및 주거, 금융 등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 임차인 지원방안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에 대한 2차 설명회를 진행했다. 앞서 1차 설명회가 전세보증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설명회는 보증보험 미가입자 등 피해 임차인 모두를 대상으로 마련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사고 규모(HUG 보증사고 접수 건 기준)는 약 1.2조원(5400여건)에 달한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30대 이하 사회초년생이 주요 피해자였고, 수도권 소재 연립·다세대주택의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보증금 반환 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겠단 계획이다. 이날부터 임자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해선 사전심사제도가 도입돼 관련 절차가 기존보다 1~2개월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보증보험 미가입 피해 임차인에 대해선 금융, 법률 및 주거 지원을 통해 피해 회복을 돕는다. 가구당 최대 1.6억원, 연 1%대 저리로 긴급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HUG 강제관리주택과 LH 매입임대 공실을 활용해 긴급 임시거처도 제공한다.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선 무료 법률 및 금융상담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이달 중 '안심전세앱'을 출시하고 오는 4월부터는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후 임대인 납세 정보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부랴부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향후 전세사기 피해 예방 대책에 그칠 뿐 현재 피해 임차인 지원방안으론 실효성이 없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2차 설명회에 참석한 임차인들은 "1차 설명회보다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두 번째 열리는 설명회인데 어째서 대부분 답변이 '검토 중', '추진 중', '계획 중'이라는 말뿐이냐"며 "같은 질문에 국토부와 HUG, 지자체 모두 다 다른 대답을 한다. 도대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 임차인들이 가장 궁금해할 속칭 '빌라왕' 김모씨와 관련한 수사 및 상속 진행 상황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빌라왕 피해 임차인 중 한 명은 "이미 다 나온 내용을 듣자고 생업까지 포기하고 이 자리에 온 줄 아냐"며 "정부는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피해를 본 임차인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으라는 말을 들으러 온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보증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지원도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이다. 미가입자의 경우 강제 경매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보증금 전액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임차인은 "빌라왕 물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비슷한 전세사기 피해 물건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텐데 낙찰이 쉽게 되겠냐"며 "임차인이 해당 물건을 낙찰받아 되팔더라도 역전세가 심한 상황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얼마나 되겠냐"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임시거처에 머물면서 저리로 대출을 받아 또다시 임대차계약을 맺으라는 건 임차인들을 두 번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새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그 임대인이 빌라왕과 같은 전세사기범이 아니란 보장은 어디 있냐. 또 사기당해서 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 그땐 어떡할 거냐"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HUG 등 관계기관과 이 같은 피해 사례를 적극 청취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보다 많은 피해 임차인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해 찾아가는 설명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정부 및 관계기관도 전담 TF를 구성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현장과 밀접히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임대인, 건축주, 브로커, 공인중개사 등 관계자의 책임을 엄히 묻는 한편, 1월 말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임대차계약 전 단계의 제도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일준 산업2차관, 美 국무부 차관 면담…에너지자원협력 논의
- 뇌 질환 모친 방치해 사망케 한 40대…항소심도 집유, 왜?
- 테슬라에 울고 웃는 2차전지株, 개미 매수세 ‘주목’
- 김연경 말이 맞았다! 흥국생명 거짓 해명 시인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 민주당 '탄핵 몽니'에 '정치적 해법' 준비하는 국민의힘
- '한동훈' 가족이 윤 부부 저격?…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 일파만파
- "의결 정족수 200명 모을 것" 범야권 '탄핵연대' 출범…국회 점입가경
- 5년만 귀환에도 10% 돌파…SBS 금토 유니버스의 안정적 활약 [D:방송 뷰]
- 믿었던 고영표 충격 조기 강판…한국야구, 대만에 완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