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진술서 제출 뒤 "더 말할 것 없다" 진술 거부…12시간 조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10일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리 준비해 온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사실에 대한 이 대표 측의 법률적 반박 논리가 정리된 문서다. 반면, 검사의 질문에 대해선 “더 말할 게 없다”며 사실상 진술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 말했다. 이날 조사는 약 12시간 진행돼 오후 10시 50분쯤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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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받으며 검찰 출석… 조사 시작 후 서면진술 꺼내
이 대표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시 48분에야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창수 성남지청장이 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짧은 차담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조사가 시작되자 이 대표 측은 검찰 측의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했다. A4용지 10장 약간 넘는 분량이라고 한다. 검찰 소환에 응한 피의자가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검사의 질문에는 “더 상세히 설명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카메라 앞에서 한 말이 훨씬 많다"며 "질문을 하면 '왜 의견을 묻냐'고 답하고, 실질적인 답변을 진술서로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호영 수석대변인 명의로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 검찰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고 억지 여론조장을 하는 것은 무리한 검찰수사라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라고 반박문을 냈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뒤 검찰청사를 나오면서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기소를 예상하는 이 대표로선 굳이 방어 논리를 드러내지 않고, 자체적인 법률 검토를 거친 제한적 답변으로 소환조사를 갈음했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사 단계가 아닌 재판에서 혐의를 다투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재판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며 지난달 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취소하는 등 사법리스크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해 왔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성남FC 후원금을 이 대표 측 인사가 착복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해당 부분이 불송치된 상황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제3자 뇌물죄’ 혐의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억지 수사”라고 말했다.
'대가 관계' 입증이 핵심… 이재명 "미르재단과 달라"

반면, 이 대표 측은 “시민 축구단에 기업 자금을 유치해 세금을 아낀 적극 행정”이라며 반박했다. 두산건설이 소유 중이던 병원부지는 약 20년간 방치됐는데 상업용지로 바꾼 뒤 일자리 3000~4000개를 유치했고, 네이버와 차병원 역시 세수를 늘린 모범 사례라는 주장이다. 성남FC가 독립법인이라며 이 대표와 거리를 둔 것도 주요 방어 논리다. 이 대표는 이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롯데, SK로 하여금 측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후원하게 했다는 이 이유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미르-K스포츠재단이 특수관계였던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시장 재직 동안 성남FC의 임시 구단주였고, 축구단 역시 예산이 투입되는 공적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게 문제라면 어느 지자체장이 기업 유치하고 적극 행정을 하겠나”고 주장했지만, 다른 사례와 달리 성남FC 후원 기업의 혜택이 사전 협의로 정해져 있었고, 이 대표가 시장일 때만 집중적으로 후원이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일종의 거래 관계가 성립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160여억원을 뇌물로 본다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한 번으로 매듭짓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김철웅·최모란·허정원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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