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틀어막힌 '대북 전단'…드론 띄워 보낸다?
尹 '9·19 효력 정지'…法 무력화 힘실리나
박상학 "드론 날린다"…통일부 "자제해달라"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대북 인권단체들이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신속히 결론지어 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따른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대북전단금지법 무력화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사단법인 북한인권 등 단체들은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화요집회를 열고 헌재에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확인 결정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 겸 북한인권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9·19 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북 확성기 가동과 대북 전단 살포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면서 "이 결정과 관계없이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북한 동포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은 조속히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확인 헌법소원은 대북 확성기 가동 등을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등에 대한 것으로, 2020년 12월29일 제기됐다. 이 사건은 이듬해 1월12일 심판회부가 결정됐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들은 헌재가 헌법소원 제기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 진영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법으로 금지한 게 헌법상 표현의 자유,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는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자유' 등을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을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북전단금지법은) 잘못된 결정"이라 언급한 바 있으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최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효력 정지' 시사한 尹…'法 무력화'로 이어지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 등이 합의 효력 정지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논의로 전개됐고, 통일부는 현재 관련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9·19 합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남북관계발전법까지 영향을 받는지는 사실상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 법령 해석은 소관 부처의 권한으로, 통일부가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재개해도 된다'고 결론 낼 경우 대북전단금지법이 무력화될수 있다.
9·19 합의 효력 정지와 별개로 정치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확성기·전단의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대북전단금지법 폐기 법안이 올라 있다"며 "민주당은 하루빨리 동참해 윤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추가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지성호 의원 등 13명은 대북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2020년 12월29일, 대북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이 역시 2021년 11월16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상정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북 전단 부활하나…"이르면 봄 드론 날린다"
대북전단금지법 무력화 힘이 실리면서 일부 단체들은 헌재의 판단이나 정부의 법령 해석을 기다리지 않고,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드론으로 대북 전단을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겨울에는 바람 때문에 애드벌룬을 띄우지 못했다. 바람과 상관없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드론으로 대북 전단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했으며, 지난해 4월 당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의 사진 등이 담긴 대북 전단 100만장을 북한에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코로나19 방역물품과 의약품, 북한 정권 비방 전단지 등을 담은 애드벌룬 8개를 날렸다.
다만 대북 전단 살포가 재개되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시점에선 여전히 남북관계발전법에 저촉되는 행위인 데다 남측에서 먼저 전단을 살포할 경우 역으로 북한에 도발의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남북관계발전법상 처벌 조항이 무력화되는지 여부는 '북한의 영토 재침범'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통일부는 전날 박 대표와 접촉해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현행법률의 준수, 민감한 남북관계 상황,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전단 살포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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