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기용 간섭 인정 흥국생명 "머리 숙여 사과, 감독 권한 존중할 것"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경기 운영 개입과 감독 경질 논란을 빚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구단주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쇄신을 약속했다.

흥국생명은 10일 "구단의 경기 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흥국생명을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드리게 된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흥국생명 선수들, 코칭스태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전 감독을 구단 운영 '방향성 차이'를 이유로 경질했다. 권 전 감독은 3라운드까지 팀을 2위로 이끌었다. 선두 현대건설과 승점 차가 크지 않아 정규리그 우승 도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흥국생명의 권 전 감독 경질은 언론은 물론 팬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권 전 감독과 주장 김연경이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에 대한 구단의 외압과 지시가 있었음을 폭로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V리그 사령탑 최고참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을 비롯해 배구인들의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흥국생명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대해 배구계 전체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코칭스태프로 팀에 몸담았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후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김기중 감독까지 여론 악화 속에 막판 부임을 거부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흥국생명은 임형준 구단주와 신용준 신임 단장은 결국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투명한 선수단 운영 의지를 내비쳤다.

신 단장의 경우 지난 5일 권 전 감독에 대한 구단 고위층의 외압과 경기 운영 간섭에 대해 즉답을 피했지만 선수들까지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결국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흥국생명은 "최근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써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되풀이되어서도 안될 일임에 분명하다"며 "배구단의 주인은 기업이 아닌 선수들과 팬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 운영에 대한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구단의 굳은 의지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경기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흥국생명 배구단 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