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던진 나경원, 당권 '고'?…분주한 '표계산'
'윤심' 후보 이길 가능성
후보들 간 연대도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당권 주자들의 표 계산도 분주해졌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정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정면 충돌한 뒤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나 부위원장은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나 부위원장이 물러나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위 민간위원 간담회에 불참하고, 서울 중구 소재 한 호텔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비공개로 회동했다. 두 사람은 이날 한시간여 가량 배석자 없이 대화한 것으로 파악되며, 나 부위원장 의원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산시 대출을 탕감해주는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고, 대통령실은 정부 정책과 역주행한다며 해촉까지 시사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나경원 vs 안철수 vs 김기현 3파전 굳히나국민의힘 전대는 김기현·나경원·안철수 3강(强) 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위원장이 1위를 차지하고,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조사해 1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당대표 적합도에서 나 부위원장이 30.8%를 기록했다. 안철수 의원은 20.3%로 2위, 김기현 의원은 15.2%로 3위로 집계됐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 8.1%, 유승민 전 의원은 6.9% 순이었다. 이밖에 황교안 전 대표(6.0%), 조경태 의원(2.9%), 권성동 의원(2.0%), 윤상현 의원(1.0%) 순이었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 함으로써 가장 타격을 받게 될 후보는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연합한 이른바 '김장연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당원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전날 선거 캠프 개소식에서 보듯 조직력을 앞세워 '당심 몰이' 중이다.
반면, 나 부위원장은 17대부터 당을 지켜온 로열티를 토대로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있다. 나 부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 일반 여론조사는 밀려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당심에서는 이 전 대표를 이겼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에서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개입하는 까닭도 나 부위원장의 출마 자체가 위협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일부 현역의원들이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들은 친윤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협위원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당원들이 지지세를 뒷받침할 수는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당대표 선거 구도가 2021년 전대와 달라진 만큼 나 부위원장이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과거 2년 전 나경원 대표가 출마했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그 당시에는 초재선 의원 다수가 나경원 대표에 대한 지지를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미 친윤그룹으로 포섭되면서 김기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년 전에 나경원 대표에게 조언하고 함께 했던 참모 그룹이 제가 알기로는 나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나 부위원장이 원내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고 싶은 유혹은 순간의 지지율 때문에 그런 것인데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라며 "당원들이 등 돌리는 건 삽시간이다. 당원들이 왜 지지를 하는지를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나 부위원장을 압박했다. 김 의원은 "정치는 상식 수준에서 해야 된다"며 "내가 곧 출마할 것 같으면 자리를 받지 말았어야 되고, 자리를 받았으면 충실히 해야 된다"고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정무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당대회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에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나올 생각이 있으면 정무직을 정리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대에서 과반 투표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종 2명을 놓고 결선 재투표를 하게 된다. 이때에도 윤심이 그대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윤심이 한 후보에게로만 몰리면 나머지 다른 후보들 간 연대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월 초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다면 당원들은 대통령 지지율 상황에 따라 당대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면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할 무난한 당대표를 뽑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음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당대표를 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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