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대형위성추락…中 욕먹고 美 안먹는 이유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9일 미국 지구관측위성(ERBS)이 대기권에 재진입ㆍ추락하면서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ERBS 위성은 비록 베링해 인근 해역에 추락해 피해가 없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우주쓰레기 문제는 지표 추락에 따른 피해는 물론 인류의 우주 진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우주쓰레기 얼마나 심각한가?
인류는 우주쓰레기로 인해 지구에 갇힐 위기에 놓여 있다.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도널드 케슬러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가 1978년 논문에서 주장했다. 위성 충돌ㆍ고장ㆍ우주 전쟁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우주쓰레기가 지구를 둘러싸 궤도 활동과 외우주 진출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문제는 이같은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우주청(ESA)은 지구 궤도 전체에 10cm 이상 3만6500개 이상, 1~10cm 100만개 이상, 1cm~1mm 약 3억3000만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소형 위성 등의 발사, 일부 국가의 위성 파괴 실험 등으로 급증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우주쓰레기들은 초속 7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돈다. 작은 크기라도 위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간혹 대형쓰레기가 지표에 추락해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번 미국 대형 위성 추락 외에는 지난해 11월4일 추락한 무게 20t 이상의 중국 로켓 '창정 5B호' 상단부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2018년 중국 톈궁 1호나 1978년 옛 소련의 원자력 위성 코스모스 954호 등의 추락도 전지구적인 공포가 됐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쓰레기들이 별처럼 반짝거려 관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들은 위성 수명 종료시 대기권 재진입 및 소각 의무화, 불에 타기 쉬운 재질 사용 등의 규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천문 관측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특수 페인팅·소재 사용 등도 연구개발 중이다. 미국은 2021년 11월 러시아의 위성 파괴 실험 실시를 규탄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유사 실험 금지 국제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엔 왜 시끄러웠나?
전세계에서 쏘아 올린 위성은 2020년 기준 3000개가 훨씬 넘는다. 이후 스페이스X 등이 대량으로 우주인터넷용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렸다. 따라서 우주 발사체 잔해물이나 고장ㆍ수명 종료 위성이 지표에 추락하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위성ㆍ우주쓰레기들은 평상시 초속 7km 안팎의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지만 점차 지구 중력과 대기와의 마찰력 등에 의해 끌려 들어와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지표에 추락하게 된다. 크기가 작은 경우 대기와의 마찰열 때문에 완전히 소각돼 유성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간혹 발생하는 대형 우주쓰레기들은 지표까지 잔해가 추락할 수 있다. 이번 미국 ERBS 위성의 경우 무게가 2.5t에 가까운 대형이어서 지표까지 파편이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슈가 됐다. 또 ERBS 위성이 1984년 발사된 후 지구 열 복사 분포 조사를 통해 오존층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인류의 대책 마련에 도움을 줬다는 역사성 때문이기도 하다.
中 욕 먹고 美 안 먹는 이유는?
중국은 자국 우주 물체의 추락에 대해 제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창정5B호 로켓을 발사해 우주정거장 톈궁 모듈을 궤도에 올렸는데, 이때 다른 로켓과 달리 단 분리 후 추락하지 않고 궤도까지 올라간 창정5B호 로켓 상단부는 약 일주일간 떠돌다가 추락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궤적 추적 정보를 제대로 전세계에 알리지 않았다. 반면 미국 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NORAD), 우주군 등을 통해 수집한 우주 물체 추락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 각국과 공유하고 경보를 울려 준다.
어떻게 대비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2013년 세운 우주위험대비기본계획에 따라 우주쓰레기 추락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우주위험감시기관으로 지정돼 자체 구축한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시스템(OWL-NET)을 활용해 한반도 및 인근에 우주 물체 낙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국, 이스라엘, 모로코, 몽골 등 총 5곳에 50cm 광시야 망원경과 CCD 카메라, 고속위성추적마운트 등으로 구성된 관측소를 이용한다. 공군도 지난해 초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를 도입해 실전 배치한 상태다. 천문연은 OWL-Net으로 수집한 정보 및 미국이 제공하는 스페이스 트랙 시스템의 정보를 종합해 언제 어떤 위성들이 어디로 낙하할 지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인공위성 비행역학 기술을 적용한 '카시오페이아(KASI's Orbit Prediction & Estimation, Integrated Analysis System)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만약 위협이 될 만한 위성 및 우주쓰레기의 낙하가 예상되면 자체 궤도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추락 시간ㆍ지점 등을 예측ㆍ분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고한다.
우주쓰레기 추락의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인공우주물체추락대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 대형 우주 쓰레기 낙하로 잔해물 추락 가능성이 제기됐을 경우 주의 경보를 발령하며, 한반도 관통이 예상되면 경계 경보가 각각 발령된다. 경계 경보 발령시 1차관을 수장으로 하고 각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우주위험대책본부가 꾸려진다. 국토교통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외교부, 기상청, 해양수산부, 환경부, 해양경찰청, 산림청, 원자력안전위원회, 소방청 등이 참여한다. 이 본부에선 지난 9일 항공기 운항 주의보 발령처럼 각 부처 해당 사무별로 담당 안전 조치를 논의해 실행한다. 재난 안전 문자도 발송하고 방송을 통해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 등 안전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한반도에 추락하거나 피해 발생이 확실시될 경우에는 '심각 단계'로 격상된다. 이 단계에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구성ㆍ운영되며, 상황이 중대하면 중앙재해대책본부로 확대돼 피해 수습 및 복구 등이 진행된다.
피해 보상은?
만약 우리나라 위성이 추락해 한국인이 피해를 당했다면 보상이 가능하다. 외국 위성이나 우주물체라도 국적이 확인되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유엔(UN)은 1967년 107개 나라가 참여한 우주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는 '우주 물체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국제적 책임에 관한 협약'을 통해 로켓ㆍ위성 파편이 다른 나라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발사국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실제 1978년 옛 소련의 원자력 위성 '코스모스 954호'가 캐나다에 추락했을 당시 20㎢만의 지역에 방사성 잔해가 흩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옛 소련은 결국 300만 캐나다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한국도 우주쓰레기 배출국
한국도 위성 발사와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등 우주 개발에 뛰어든 만큼 '우주쓰레기 배출국'이다. 현재까지 쏘아 올린 위성 17기 중 9기가 임무 종료 후 궤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가 됐다. 위성의 경우 다목적 실용위성 1~2호, 우리별 1~3호, 과학기술위성 1~3호, 나로과학위성 등 총 9기다. 여기에 누리호 1, 2차 발사 과정에서도 우주쓰레기가 발생했다. 2021년 10월 1차 발사 때 누리호 3단부와 더미 위성 등이 아직 궤도를 떠돌고 있고, 지난해 6월 2차 발사 때도 3단부ㆍ성능검증위성ㆍ큐브 위성 등이 궤도에 올라가 있다. 성능검증위성의 수명은 2년으로 예상돼 그 후 우주쓰레기가 된다. 지난해 8월 발사된 다누리의 경우 달 궤도 진입 후 임무 수명 기간이 1년인데, 연료 절약으로 2~3년 이상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수명이 다한 후 달 표면 충돌을 통한 과학실험 또는 위성 무덤 궤도행 등 '진로'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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