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찾아가는 ‘형광물질’ 주입해 수술 정확도 높인다 [헬스컷]
암세포만 찾아가는 능동 형광조영제 FDA 승인, 후보물질 임상시험도 활발
◇암 조직 눈으로 보여 정밀한 수술 가능해
FDA가 지난달 폐암 수술용 형광조영제 파폴라시아닌을 시판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물의 제품 이름은 사이탈룩스인데요. 폐암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 11월 폐암에 앞서 난소암 수술용 형광조영제로 가장 먼저 시판 승인 받았습니다. 아직 난소암과 폐암에서만 승인됐지만, 적용할 수 있는 암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에요. 형광조영제만의 장점이 뚜렷하거든요.
먼저 암 수술을 정밀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만 분명하게 변별해 제거하면 정말 좋을 테지만, 지금은 암조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암세포가 있을법한 부근을 정상세포까지 포함해 크게 절제합니다. 오른쪽 폐 윗부분에 암이 발견됐다면 오른쪽 폐 전부 혹은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식입니다. 혹시나 암세포가 남아있으면 재발할 테니, 크게 잘라내는 거죠. 그러나 형광조영제를 이용하면 절제 부분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형광조영제 암 수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형광조영제 암 수술 땐 형광조영제로 보이게 된 암 조직 경계면에서 약간 여유를 두고 조금 더 자르면 된다"며 "확실한 결과는 데이터가 축적된 후 나오겠지만, 이론적으론 남김없이 제거된다"고 말했습니다.
못 보고 넘어가기 쉬운 암 부위를 새로 발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암 조직은 육안으로만 보는 것은 물론 촉각 검사로도 남김없이 발견하긴 어려워요. 그러나 형광조영제는 암 조직을 찾아가므로 간과했던 부위에 있는 암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난소암 임상시험에선 사이탈룩스가 육안, 촉각 검사로 발견하기 힘든 암 조직을 약 27% 더 찾아낼 수 있다고 확인됐고요. 폐암에서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환자 50% 이상에서 이전 기술로는 놓쳤을 암 부위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 사고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암 조직이 명확히 판별되지 않다 보니 의료진의 숙련도나 실력에 따라 절제 범위가 달라지곤 합니다. 그러나 형광조영제로 암 조직 범위가 명확히 보인다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어, 암 조직이 남아있거나 정상 조직을 너무 많이 절제하는 등의 사고가 날 소지가 줄어듭니다.
◇형광조영제, 오랜 진화 거쳐 표적 기능 얻어
사실 형광조영제는 이미 CT 촬영할 때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암 치료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FDA 승인을 받을 만큼 효과가 크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광조영제가 나오기까지 약 30~40년 정도 걸렸습니다. 진화 과정을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처음엔 영상 촬영으로 암이 있다고 보이는 곳에 직접 조영제의 한 종류인 '안도시아닌 그린'을 주사기로 찔러 넣었습니다. 의사가 영상을 보고 인위로 찔러 넣다 보니 정밀도가 떨어졌어요. 암세포 부근을 표시만 할 뿐 실제 암세포에 넣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놓친 암 부위를 새로 발견하는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죠. 2세대에선 형광조영제가 암세포만 보이게 하는 표적 기능이 추가됐는데요. 암세포를 목적으로 찾아가 빛을 낸 게 아니라서 '수동' 표적이라고 합니다. 정맥 주사로 안도시아닌 그린을 주입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암 주변에 혈관이 많아, 안도시아닌 그린이 암세포에만 더 오래 남는 특성이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정맥주사로 넣으면 몸 전체에 형광조영제가 분포돼 전신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암조직에만 안도시아닌 그린이 잔류하기까진 꼬박 하루가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해결하기 위해 김현구 교수팀은 정맥 주사가 아닌 흡입기를 했는데요. 정맥 주사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폐에 있는 암조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폐암 말고 다른 병변엔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3세대, 암세포를 목적지로 찾아 들어가는 '능동' 표적 형광조영제가 나옵니다. 이게 바로 형광조영제 중 최초 FDA 승인된 사이탈룩스입니다. 엽산 수용체 알파(Folate receptor α, FRα)라는 세포 표면 단백질을 이용한 약물입니다. FRα는 정상 세포에도 있지만, 특히 암세포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발현됩니다. 사이탈룩스는 이 단백질에 결합한 후 근적외선 자극을 받으면 반짝 빛을 내도록 설계됐습니다.
◇다양한 물질 개발 중… 전망 밝아
사이탈룩스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나오는 평가를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제 막 승인 난 약물이라 도입을 얘기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망은 밝습니다. 사이탈룩스가 아니더라도, 더 암 탐색 능력이 좋고 형광 밝기가 밝은 능동표적 형광조영제들이 전 세계에서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3~4가지나 대규모 전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김현구 교수 연구팀은 하버드대 연구팀과 함께 곧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김현구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된 형광물질은 표면에서 1cm 안에 암이 있어야 잘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며 "형광 세기를 높이는 등 조만간 이를 타파하는 물질도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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