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김만배와 '돈 거래' 파장… "배임수재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언론인 일부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돈 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지며 이에 대해 "위법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해고된 한겨레신문 간부 기자 A씨는 2019∼2020년 김씨에게 총 9억원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 청약을 고민하던 2019년 5월 김씨에게 3억원(선이자 1000만원을 떼고 2억9000만원)을 비롯해 총 9억원을 수표로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2억원은 갚았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도 갚겠다는 뜻을 김씨 측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고도 한다.

A씨는 김씨와 함께 법조계를 오랜 기간 함께 출입하며 알고 지냈다. 이 때문에 대가성 없는 동료 기자 간 단순한 금전 거래였다고 A씨는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인 2021년 8월까지 머니투데이 기자로 일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받은 금액의 규모가 통상 사인 간의 차용 수준을 벗어났고 2021년 하반기부터 김씨에게 대장동 비리 의혹이라는 리스크가 생긴 만큼 금전 거래에 대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금전 거래가 이뤄진 시기 정치사회부 에디터·이슈부국장으로 일했고 2021년 2월부터는 사회부장,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그해 9월엔 편집국 신문총괄직을 맡으며 사내에서 관련 보도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쥐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A씨가 김씨에게서 기사와 관련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받고 일선 취재 기자에게 대장동 일당에 유리한 기사를 쓰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경우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 적용된다. 또한 대장동 일당과 연관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에 유리한 기사를 썼을 때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금전 거래 시기와 A씨가 대장동 관련 기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문총괄직에 있던 시기에 2년 정도 시차가 있어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A씨가 후배 기자들의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 작성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려면 당사자 조사는 물론 언론사 사무실과 기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배임수재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금품을 제공한 사람 역시 배임증재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A씨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 언론인 등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합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성립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