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엔 수소차 세상…두산퓨얼셀·효성 눈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 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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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가고 수소株 뜨나

수소.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수소에는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붙는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처럼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수소 경제가 온다’는 구호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시작됐지만 딱히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수소 시대가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발전 속도에 비유하면, 수소차가 10년 전의 전기차 정도까지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20년 전의 재생에너지를 보는 것 같다”고도 주장한다. 지난해 한창 주목받았던 2차전지 대신 수소를 새로운 테마로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수소 경제 드라이브

인프라 확충에 47조원 쏟는다

수소株가 주목받는 이유는 윤석열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과 기술 확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소 정책은 수소 승용차, 발전용 연료전지 등 일부 활용 분야로 국한됐다. 이 때문에 생산, 저장, 운송 분야 등의 산업 경쟁력이 선진국과 격차가 있었다. 화석연료 등 석유화학·철강 공정에서 발생한 그레이수소 생태계 중심이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미흡하다는 점은 한계로 언급돼왔다.

윤석열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상용차 3만대, 액화수소 충전소 70개소 보급을 내걸었다. 2036년까지는 청정 수소 발전 비중을 7.1%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2030년 47조1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고용 창출 9만8000명, 온실가스 2800만t 감축 등을 기대한다. 기술 수준도 높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0%에 불과한 ‘수전해’ 기술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100%로 높이겠다는 안을 내세웠다.

유럽과 미국 움직임은 더 빠르다. 유럽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인 ‘REPowerEU’를 내놨다. 이 정책 핵심이 수소 육성이다. 유럽 수소은행을 통해 그린수소와 그레이수소의 생산 단가 차이 금액을 보조하는 식이다. 매 주요 도로 150㎞에서 100㎞로 수소차 충전소 의무화 기준을 강화하는 일정을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기도 했다. 국가별로 앞다퉈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 건설에 나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분위기를 바꿔놨다.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투자·생산의 세액 공제 혜택을 최소 2032년까지 연장하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소차 투자에 속도를 조절하던 일본 토요타와 혼다가 나란히 미국 내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공장 건설을 진행하는 것도 IRA가 배경에 깔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소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생산과 운송 인프라가 필요해 정책 지원이 중요했다”며 “유럽의 ‘REPowerEU’와 미국의 IRA가 물꼬를 텄기 때문에 올해부터 글로벌 수소 산업 태동기에 진입했다고 봐도 좋다”고 평가했다.

두산퓨얼셀 수주 초과 달성

상아프론테크·일진하이솔루스 관심주

수소株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수소연료 기업 두산퓨얼셀이다. 두산퓨얼셀의 지난해 누적 수주는 297메가와트(㎿)로 연초 제시했던 240㎿를 초과했다. 당초 예상됐던 수주 물량인 100㎿를 2023년으로 미루고도 거둔 성과라 의미가 크다. 아울러 올해부터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에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로 분리해 별도의 입찰 시장을 개설·운영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그동안 RPS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15.6%였다.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게 RPS로 발전량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의무화했듯, CHPS에 따라 수소 발전이 의무화된다. 발전 사업자는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통해 수소 발전량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발전 사업자가 청정수소를 의무량 만큼 확보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두산퓨얼셀은 CHPS 호재에 힘입어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수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10월 2만3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해 3만6000원을 돌파했고, 최근 3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효성그룹도 ‘수소’를 화두로 성장세를 보여왔다.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탄소섬유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수소차 연료 탱크 등에 사용되며 최근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효성중공업은 수소 사업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액화수소 생산으로 주목받는다.

부품·소재 전문 기업 상아프론테크도 눈길을 끈다. 상아프론테크는 중대형전지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서안법인을 통해 전기차 관련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어 수소차에 손을 대며 친환경차 부품 사업 폭을 넓혔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원료인 고분자전해질막(멤브레인)을 생산한다. 상아프론테크가 상용화한 멤브레인은 수소차, 수소 생산, 탄소 포집용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저장 연료 탱크, 모듈 등을 제조하는 ‘수소 모빌리티’ 핵심 부품 업체다. 2011년 일진그룹에 인수된 뒤 수소 저장 탱크 기술에 집중했다. 2013년 현대차의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인 ‘투싼ix’에 수소 탱크 공급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넥쏘’에도 공급 중이다. 주가는 최근 하락세지만 경쟁력 대비 주가가 쌀 때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대했던 국내 수소 충전소 확충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 현대차와 함께 독일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동반 납품하게 되면 2024년 이후 실질적인 성장세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블루·그린수소…수소 3총사 차이점은?
아직 수소 96%는 화석연료 힘 빌리는 ‘그레이’
수소를 연료로 삼는 수소연료전지는 수소가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부산물로 환경오염 물질 없이 오직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다만 수소 생산 방식에 따라 친환경 정도가 달라진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6%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그레이수소’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을 배출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동일하다. 다만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따로 저장한다. 그레이수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수준도 높아져 수소 경제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수소에너지 중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물에 가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한다.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라 불린다.

각국은 그린수소 생산과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구축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블루수소, 그린수소 인증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수소의 친환경성을 인증하는 ‘수소 원산지 보증제도’ 시스템을 2016년부터 구축했다.

한국은 2021년 3월 제3회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 사용 장려를 위한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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