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급행열차 올라탄 ‘청량리’…재개발·재건축 ‘착착’

2023. 1.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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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청량리역. 3번 출구로 나와 청량리역 방향을 바라보면 고층 빌딩이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해 65층 높이로 짓고 있는 ‘롯데캐슬SKY-L65’, 동부청과시장이 있던 자리에 59층 건물로 들어서는 ‘한양수자인192’, 40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 등이다. 모두 올해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천루 건물들을 등지고 청량리 먹자골목을 지나면 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청량리 미주 아파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꽤 유명한 단지다. 재개발 사업이 즐비한 청량리 일대에서 유일하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량리 미주 아파트에 좋은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이 수정·가결됐기 때문이다. 청량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주 아파트는 청량리 인근 아파트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청량리에서 상징적인 측면이 강한 단지”라며 “청량리역까지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좋고 단지 규모도 적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량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던 청량리 일대에 재건축 사업까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업계 관심을 모은다.

서울 동북권 핵심 주거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청량리역 주변은 그야말로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선 청량리역은 강북 교통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내년 ‘KTX이음(청량리~해운대)’ 노선을 시작으로 2028년 GTX C노선, 2030년 GTX B노선이 새로 개통될 예정이다. 또 강북횡단선과 면목선까지 개통되면 기존 노선(1호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 강릉선)과 함께 서울 대표 광역교통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된다.

철도 공사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대부분 완공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 외에도 주변에는 청량리6~8구역과 제기4구역, 제기6구역 등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 아파트’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재건축 속도 내는 미주 아파트

총 10개동, 1370가구로 재탄생

청량리 미주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청량리 개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면 청량리역 일대는 무려 ‘10개’ 노선이 오가는 교통 중심지이자, 신축 아파트 1만가구가 들어서는 중산층 주거 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1일 제1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청량리 미주 아파트 재건축 기본계획 변경과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미주 아파트는 1978년 준공된 노후 아파트다. 전용 86~177㎡, 총 8개동, 1089가구로 구성됐다.

이 단지는 2018년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한 후 2020년 1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초 심의를 받았다. 하지만 아파트를 관통하는 도시계획시설 도로가 사유지로 남아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미주 아파트에는 1~4동과 5~8동 사이 폭 20m 도시계획도로가 단지를 가로지르듯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2개 정비예정구역으로 나눠 지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계속 도로에 대한 소유권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여러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재건축 단지 내에 도로가 있어도 그 도로를 그대로 두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업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배경이다.

이번 변경안을 통해 미주 아파트 내 2개 정비구역은 하나로 통합됐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미주 아파트는 10개동, 총 137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이 중에는 전용 45·59·69·79㎡ 등 다양한 규모의 공공주택 162가구도 포함한다. 또 단지 인근에서 청량리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담보한 공공 보행 통로와 도로·공원 등 공공 기여 계획도 함께 반영됐다.

청량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심의 통과와 함께 한 번씩 급급매를 찾는 매수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며 “다만 지난해 초 이후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격은 크게 하락했으며 호가 역시 이전과 비교해 2억~3억원씩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개발 사업은 9부 능선

40층 이상 마천루 아파트 즐비

사실 청량리 일대에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가 많은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청량리 미주 아파트에서 북동쪽으로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한신 아파트가 있다. 1997년 준공한 한신 아파트는 올해 준공 26년 차를 맞이했다. 총 960가구, 최고 층수는 20층으로 구성됐으며 용적률이 275%로 비교적 높다. 때문에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기보다는 리모델링 가능성이 더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청량리 한신 아파트와 청량리중·고를 함께 끼고 있는 ‘청량리신현대’가 오히려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다. 1989년 준공한 이 단지는 올해 준공 34년을 맞아 이미 재건축 가능 연한을 지났다. 총 736가구로 구성됐으며 청량리역보다 1호선 회기역에 더 가깝다. 용적률은 204%로 한신 아파트와 비교하면 사업성이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청량리신현대 역시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대신 재개발 사업은 이미 대부분 구역이 8부 능선을 넘어설 만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청량리3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는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는 올해 7월 준공 예정이다.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는 올해 5월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는 올 11월 공사가 마무리된다. 청량리6~8구역 재개발 사업도 활발하다.

청량리6구역은 청량리동 205번지 일대 8만3883.1㎡에 지하 3층, 지상 22층, 공동주택 21개동, 149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만 약 5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GS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조합 측은 이른 시간 내에 재공고를 내고 2차 입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량리7구역은 청량리동 199번지 일대 3만4997.3㎡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지하 5층, 지상 19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761가구와 부대시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0년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최근 철거를 완료하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총 610가구 규모의 청량리8구역은 건축 심의를 통과하고 1월 중 시공사 입찰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청량리 일대는 다양한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아파트 가격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량리 랜드마크 단지로 꼽혔던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2397가구, 2013년 준공)’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최고가 17억원(18층) 대비 6억원 이상 하락했다. 인근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584가구, 2018년 준공)’ 전용 84㎡ 역시 12억원(17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실거래 가격(15억9000만원, 23층)과 비교하면 4억원가량 빠졌다.

각종 교통 호재로 집값이 급등했던 청량리지만 사업 지연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일대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다만 교통망 확충은 장기 프로젝트로 새로운 노선 개통이 가시권에 접어드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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