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장 사업서 삼성 제칠까…전자·마그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박차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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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미래 먹거리인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과 배터리 부문에서 수주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올 1분기 이 부문 수주 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만 인수 인후 전장 시장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는 삼성과 달리, LG그룹은 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애플카’를 개발 중인 애플의 파트너사로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하다. 재계 순위에서 삼성에 늘 뒤처졌던 LG가 전장 사업에서는 똘똘 뭉쳐 삼성을 제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실제 LG그룹은 전장 관련 주요 사업부가 삼성의 각 계열사를 세계 시장에서 유의미한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적기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주효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LG그룹이 ‘CES 2023’에서 전장 사업의 미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줬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전자, 자율주행 전략적 협업

마그나와 기술통합 주력

LG그룹의 전장·배터리 부문 포트폴리오는 각 계열사별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 있다. 인포테인먼트시스템(LG전자), 파워트레인(LG마그나),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통신 모듈(LG이노텍), 전기차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등을 생산한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의 전장·배터리 수주 잔액은 2022년 말 기준 약 470조원으로 파악된다. LG전자 VS사업본부 80조원,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각 10조원, LG에너지솔루션 370조원 등이다.

전장 사업 헤드 역할을 맡은 계열사는 LG전자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V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후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했고 2021년 7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와 파워트레인(LG마그나), 램프(ZKW) 등으로 이어지는 전장 사업의 삼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LG전자는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로 정의된다. SDV는 소프트웨어가 주행 성능을 비롯해 각종 기능, 품질까지 규정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기존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컸지만 자율주행차는 그렇지 않다. 소프트웨어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신규 진입자라도 상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하이엔드 마켓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LG전자와 마그나가 전략적 기술협력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런 관점에서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자사 인포테인먼트 기술력과 마그나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인포테인먼트와 ADAS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자율주행 기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해 기술 타당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는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양산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과 시행착오를 미리 점검할 수 있다. 두 회사는 협업을 통해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문제 해결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한다.

재무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22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39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887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23년 매출을 약 9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방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캐시카우

LG엔솔, 中 견제 속 고군분투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역시 2023년 기대감이 높다.

LG이노텍의 캐시카우사업부는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이다. 확장현실(XR)과 전장용 카메라 부품, 스마트폰용 ‘폴디드 줌(잠망경 카메라)’ 모듈 시장 등이 고속 성장 중이다. 박형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다고 가정해도 카메라 모듈 부품 시장은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LG이노텍의 점유율 상승을 점쳤다. 한동안 적자가 이어지던 LG이노텍 전장사업부도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덕분에 2022년 3분기 LG이노텍 매출은 5조3874억원, 영업이익은 444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33% 증가했다.

2023년 전망도 밝다.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5 시리즈에 ‘폴디드 줌’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폴디드 줌 특성상 카메라 모듈 가격 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 가격 인상으로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평판과 지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미래 먹거리는 모빌리티와 확장현실이다.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할수록 차량 내부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에서는 업무 효율성 개선과 여가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 구현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계기판 외 조수석과 센터페시아, 뒷좌석은 물론 천장에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2023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를 돌파하고 2026년 117억달러(약 14조87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10형(대각선 길이 25.4㎝) 이상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약 20%(2021년 상반기 기준)로 1위를 달린다. OLED 디스플레이에서는 점유율이 무려 91%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의 견제 속에 고군분투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11월 세계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54.8GWh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지만 시장점유율은 12.3%로 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시장점유율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반면, 점유율 1위 중국계 CATL(37%)은 두 배로 사용량이 늘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교체 수요의 잠재력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한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출하량 감소 우려는 과도하다”며 “테슬라는 가격 인하를 통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 역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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