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모범' 해남 5년뒤 반전…출산장려금 받고 26%가 먹튀
자치단체가 주는 출산장려금이 치솟고 있다. 전남 강진군이 아이 한명만 낳아도 5040만원을 주기로 하는 등 수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려금을 많이 지급해도 출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려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이른바 '먹튀'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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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5040만원
최근 전남 일부 시·군이 출산장려금을 급격히 올려 눈길을 끈다. 강진군은 지난해 10월 출산장려금을 120만원에서 5040만원으로 인상했다. 강진군은 이 돈을 매달 60만원씩 7년 동안 지급한다. 강진군 출산장려금은 지난해보다 최소 4320만원에서 최대 4920만원 증가했다. 앞서 강진군은 지난해 첫째 아이에게 120만원을, 둘째 240만원, 셋째부터는 720만원을 분할 지급했다.
고흥군도 장려금을 늘렸다. 고흥군은 올해부터 첫째 아이부터 셋째 아이에게는 1080만원, 넷째 아이부터는 1440만원을 준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첫째부터 셋째에게는 지급되는 금액이 360만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고흥군은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720만원, 넷째부터는 1440만원을 줬다.
진도군은 첫째 아이의 출산장려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보다 500만원 인상된 수치다. 진도군은 장려금을 나눠서 7년간 매달 준다. 이로써 전남 22개 시군 중 첫째 아이부터 1000만원 이상 장려금을 지원하는 시·군은 3곳이 됐다.
이와함께 전남 보성군은 올해 첫째 아이에게 600만원, 둘째 아이에 720만원, 셋째 아이부터 108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첫째 240만원, 둘째 36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720만원, 다섯째부터 960만원보다 120만원~360만원 인상됐다.
서울 자치구도 장려금 늘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 자치구도 장려금을 확대하고 있다. 강남구는 30만원이었던 출산장려금을 200만원으로 늘렸다. 강남구 장려금은 25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다. 강남구에서 애를 낳으면 정부 첫만남이용권 200만원을 더해 4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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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위기 전남…0~4세 인구 급감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에 내놓은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 중 59개 시군이 소멸위기·우려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중 광역자치단체는 전남이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저출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남 출생아 수는 2010년 1만6654명에서 2020년 9738명으로 급감하면서 연간 1만명 선이 붕괴했다. 2021년에는 8430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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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에 도움 안 돼”vs“분할지급으로 막는다”
전남 해남군에서는 장려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먹튀 현상까지 발생했다. 해남군은 2012년 첫 아이만 낳아도 300만원을 줬다. 덕분에 해남군은 한때 기초단체 합계 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저출산 해결 모범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감사원 조사결과 2012년부터 3년간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 중 26%가 해남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0세 인구는 810명이었지만 5년 뒤인 2017년 5세 인구는 519명으로 줄었다. 총인구도 꾸준히 줄어들면서 출산장려금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강진·진도 등 일부 지자체는 ‘먹튀’를 예방하기 위해 장려금을 분할 지급하고 있다. 강진군 관계자는 “주소지만 등록하고 장려금을 받아가는 가정이 없도록 이장 등이 꾸준히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고 1년에 한 번씩 장려금 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고 전했다.
반면 출산장려금을 폐지한 곳도 있다. 광주광역시는 올해부터 출산하는 임산부에게 지급하는 출생축하금 100만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2년 동안 월 20만원씩 지급하던 양육수당도 1년으로 축소했다. 출생축하금과 육아 수당의 경우 정부 출산 지원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관련 예산을 손자녀 돌봄, 입원 아동 돌봄, 임신부 가사 지원 서비스 등에 투입기로 했다.
전남여성재단 관계자는 “출산장려금 정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자체 재정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지역마다 중구난방식으로 출산 장려금을 주는 것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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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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