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소설가 소냐 정, 美 독립영화 산실 ‘필름 포럼’ 대표로
한국계 미국 소설가 소냐 정(49)이 뉴욕 독립·예술 영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극장 ‘필름 포럼’ 대표로 내정됐다. 필름 포럼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업(UP)’으로 알려진 고(故) 마이클 앱티드 등 유명 영화감독의 초기 작품을 미국에 처음 소개한 유서 깊은 공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소냐 정이 오는 7월 1일부터 필름 포럼의 대표를 맡는다고 보도했다. 지난 50년간 필름 포럼을 이끌었던 캐런 쿠퍼(74)는 고문으로 돕는다. 두 사람은 필름 포럼에서 약 8년간 호흡을 맞췄다.
NYT에 따르면, 필름 포럼은 네 개의 상영관과 500개 좌석을 갖춘 비영리 영화관이다. 상업 영화관에선 다루지 않는 독립·예술 영화를 매년 400~500편씩 소개한다. 1972년 처음 문을 열 당시 연예산은 약 1만 9000달러(약 2355만원)로, 시설이라고는 접이식 의자 50개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연 600만 달러(약 74억 3700만원)의 매출을 낸다. 필름 포럼에서 처음 상영된 대표작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업’이다. 출신 배경이 다른 7세 아이 14명을 7년마다 찾아가 그들의 삶을 관찰한 작품이다. 앱티드 감독은 이 작품으로 지난 2012년, 미국에서 ‘방송계 퓰리처상’으로 일컬어지는 피바디상을 받기도 했다.
소냐 정이 필름포럼과 연을 맺은 건 지난 2003년, 개발 디렉터로 오면서였다. 그는 5년동안 독립 영화 수백 편을 발굴했다. 단 소설가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5년 뒤 필름 포럼을 떠났고, 2010년 첫 장편 소설 『롱 포 디스 월드(Long for This World)』를 내놨다. 미국 이민자인 아버지가 갑자기 한국으로 떠나자, 종군 사진작가로 일하던 딸이 그를 찾아 나서며 겪는 이야기다. 그는 이 작품으로 미국의 문학상인 푸시카트상 후보에 올랐다.
다음 작품에서도 이민자의 삶을 녹여냈다. 2016년 발간된 두 번째 장편소설『더 러브드 원스(The Loved Ones)』는 한국계 소녀 한나를 통해 이민자의 삶과 서로 다른 인종 간의 결혼, 가족의 의미 등을 그렸다. 이후 그는 온라인 문학 잡지 ‘더 밀리언스(The Millions)’의 작가 및 편집자로 일했고, 컬럼비아대와 뉴욕대 등에서 소설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필름 포럼에 돌아온 건 지난 2018년이었다. 프로그램 자문 역할을 맡았다가 2020년 부대표 자리에 올랐다. 쿠퍼는 그를 “훌륭한 취향을 지니고, 이를 표현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소냐 정은 필름 포럼을 백인 상류층 외에도 다양한 이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앞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젊은 소외 계층에 글쓰기를 가르치는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소냐 정은 “더 다양한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74년 미 워싱턴DC에서 태어난 소냐 정은 메릴랜드와 시애틀 등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그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로, 애니 딜러드의 책 『자연의 지혜(Pilgrim at Tinker Creek)』를 꼽았다. 워싱턴대에서 소설 쓰기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40세 이후에 등단한 문학가를 위한 사이트 ‘블룸’을 창립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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