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챌린저2로 탱크 지원 본격화?…우크라, 왜 전차 집착할까
우크라이나에 개전 후 처음으로 주력 전차(탱크)가 지원될 전망이다. 영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전차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와 가디언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챌린저2 전차 1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몇주 전부터 논의 중이며,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챌린저2 전차는 1994년부터 영국군이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차로 보스니아·코소보 내전, 이라크 전쟁 등에서 활약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챌린저 전차 편대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현재 에스토니아에 배치돼 있다.
만일 챌린저2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서방 국가로선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보내는 것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해왔지만, 주력 전차를 제공한 적은 없다. 지난해 폴란드와 체코가 우크라이나에 200대 이상의 T-27 전차를 보냈지만, 이는 소련제 무기를 개량한 것이다. 지난 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자국 경전차인 AMX-10RC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무기는 전차보다 장갑차에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미국과 독일도 5일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전차가 아닌 브래들리(미국)와 마더(독일) 보병전투차(장갑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속해서 서방에 전차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현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부전선 상황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요새도시 바흐무트에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소모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용병 바그너 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로선 러시아군의 수적 우위에 대응하기 위해 탱크와 같은 중화기 전력이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올해 초 러시아가 벌일 재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전차를 통한 지상전 전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생각이다. 미국과 독일이 지원하려는 전투형 장갑차보다 M1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 전차를 더 원하는 이유다. 스카이뉴스는 “우크라이나는 전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탱크 중심의 기계화부대 건설을 추진해왔다”며 “이를 위해 서방 측에 300대의 전투 전차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독일 등 서방은 전차 제공을 꺼려왔다. 전차 같은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 이번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군에 전차를 제공한다고 해도 연료 소모가 많고 정비가 복잡해 실제로 제대로 운용될 수 있을지 미국 등에서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폴란드와 핀란드가 보유한 레오파르트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자국산 무기의 수출 허가권을 보유한 독일이 승인하지 않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WSJ는 “조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산 에이브럼스와 M60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영국의 챌린저2 전차 10대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규모에 미치지 못해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전차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제공하지 않았던 서방의 장벽이 사라진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동맹국이 전차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지난 8일 레오파르트2의 우크라이나 제공 방침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전차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카이뉴스는 “오는 20일 독일에서 미국·영국·독일 등 서방 국방장관이 모이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제공 관련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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