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도에 없는 오름에서 벌어지는 공연

김영동 2023. 1. 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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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지도에 없는 오름, 별씨오름이 있다.

별씨오름에서 색다른 형식의 공연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관객참여형 공연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주민들이 직접 기획, 제작, 출연했다.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의 안무를 담당한 주민인 최아록 님은 '공연이 <나니아 연대기> 같았다'는 한 관객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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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참여형 공연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참가기

[김영동 기자]

 별씨오름 입구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제주에는 지도에 없는 오름, 별씨오름이 있다. 별씨오름에서 색다른 형식의 공연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 시내 인근에서 281번 버스를 타고 한라산을 구불구불 한참 넘어 서귀포의 하례환승정류장에 도착한 후,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로 다시 갈아타고 가서 또 20분 정도를 걷다가 '이 길로 가면 나오는 게 맞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만날 수 있는 별씨오름.
 
 별씨오름의 정령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관객참여형 공연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주민들이 직접 기획, 제작, 출연했다. 이 공연의 무대는 동네에 위치한 조그마한 오름인 걸서악이다.

걸서악오름에 별씨오름이라는 새 이름을 주고, 오름을 통째로 무대로 활용했다. 세상이 어둠을 맞이하는 저녁, 달빛과 별빛 조명 아래 억새가 무대 장치가 되고 바람이 무대 효과가 되는 별씨오름이 생겨난다. 

별씨오름에는 정령들이 산다. 공연은 정령들의 인도를 따라 관객들이 자기 안의 정령을 발견해나가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속도가 아닌 자연의 속도로 움직이고 춤추고 소리를 잉태하며 서로의 영혼을 느끼고 우주를 느끼는 2시간이 펼쳐진다.
 
 별씨오름의 정령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나는 올해 첫날 이 공연을 보러 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스며드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배우와 관객이 정령과 정령으로 만나고, 오름의 모든 생명들이 어우러지는 축제에 참가한 것이다.

세속의 계단 위에 자연의 숨결을 정교하게 그려낸 숲길을 따라 정령들과 산책도 하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오름의 정온한 기운이 퍼져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은 제주 바다처럼 맑고 돌고래 같이 빙글빙글 새들이 날아다니는데 어디서 풀벌레들이 웃는 소리인지 우는 소리인지 토하는 동안 나는 별안간 웃는 소리도 우는 소리도 없던 기억들이 불씨처럼 타올라 눈망울에 슬쩍 울음이 터져 공중에 잠시 파도를 일으키기도 했다.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공연 장면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과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이번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공동연출이자 배우를 맡은 주민인 이가영님은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울림을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연을 하면서 관객으로 참여한 분들과 눈을 마주치면 울컥할 때가 있어요. 서로의 영혼을 느끼고 아무 편견 없이 상대를 정령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죠. 그런 감정의 경험이 제가 이 공연을 지속 할 수 있게 하는 힘이지요."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공연 장면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별씨오름이 피어있는 하례1리에서는 주민들이 예술을 통한 마음의 공동체를 일구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도 마을 공고를 통해 모집한 동네 주민 배우들이 마을공간인 내창카페에 모여 행복한 작당을 벌이면서 탄생되었다. 주최는 하례1리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이고, 하례마을공간 내창협동조합이 주관하며, 제작 역시 마을 주민들이 만든 해픈하면해븐된다 주식회사가 담당했다.
"2021년에도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 공연을 했었어요. 공연 구성상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힘들어 회당 15명의 관객과 진행했는데 총 6회의 공연이 전 회차 매진이었죠. 그래서 앙코르 공연도 했답니다. 한번은 관객으로 오셨던 분이 공연이 무척 좋았다며 후기를 외국인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걸 보시고 외국인 관객들이 대거 참여한 적도 있었어요. 대사가 없는 공연이라서 언어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지요."
   
 하례리 마을공간 내창카페. 이곳에서 주민들이 함께 공연을 준비한다.
ⓒ 해픈하면해븐된다주식회사
 
<별씨오름으로 달빛산책 가면>의 안무를 담당한 주민인 최아록 님은 '공연이 <나니아 연대기> 같았다'는 한 관객의 반응을 전했다. 판타지 소설이자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는 전쟁을 피해 시골로 간 아이들이 마법의 옷장을 통해서 겨울만 반복되는 나라 나니아에 들어가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다. 

전쟁 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구불구불 설산을 넘어가면 판타지의 세계로 떠나는 환승정류장이 하례1리 별씨오름에 매주 금, 토, 일요일 저녁 7시 나타난다. 고단한 삶의 여행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향해 모험하기를 기다리면서 오름의 정령들이 손인사를 건넨다. 당신이 손인사로 화답하기를 고대한다. 

공연은 올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는 하례마을공간 내창카페 0507-1324-4690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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