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았나" 시민 조롱에…포토라인 이재명, 검지손가락으로 '쉿'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들어서기 직전 취재진 앞에 멈춰서 “검찰 공화국의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수원지검 성남지청 인근 대로변에 하차한 이 대표는 성남지청 본관 입구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지지자와 취재진, 민주당 의원, 경찰 병력이 뒤엉켜 150m 거리를 이동하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성남지청 본관 입구에 선 이 대표는 외투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 20여 명이 그의 뒤에 섰다. 보수 유튜버로 추정되는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다, 졸았나”라고 조롱하자, 이 대표는 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자신의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최초의,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라서가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가 “조작수사,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는 기간 두산건설·네이버 등 6개 기업이 성남FC 축구단에 총 160억원을 후원한 게 적법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 대표는 “성남FC 직원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서 성남시,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며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의 정당한 광고 계약을 관계도 없는데 서로 엮어서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성남시 공직자의 주권자를 위한 그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심한 듯 검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 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고 노무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등의 모략으로 고통을 당했다”며 “그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0분 남짓 입장문을 읽은 뒤 성남지청에 들어선 이 대표는 “차 한잔하시겠냐”는 이창수 성남지청장 측 제안을 거절하고 곧장 조사에 임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검찰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진술서를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갔다”며 “이를 바탕으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남지청엔 민주당 의원 30여명도 동행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리는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 개악 보복수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 수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단이 대거 검찰청 앞에 집결한 장면에 대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대표 한 사람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을 잠식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수사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고초에 비유했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이름을 지금 상황에 올리는 건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 출석 3시간 전부터 성남지청에 모여 응원전을 벌였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로 지난해 대선 당시 이 대표의 로고송을 틀거나 “절대 지켜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명” 같은 구호를 외쳤다. 보수 단체도 8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이재명은 구속된다” “이재명 구속, 문재인 구속”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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