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응원합니다 [부산에書, 읽고 씁니다]

하영삼 지음 '키워드 한자 : 24개 한자로 읽는 동양 문화'를 읽고

[박정선 기자]

▲ 키워드한자:24개 한자로 읽는 동양문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출판사들이 여러 방면의 책을 만들고 있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요즘 출판사별로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중인데요. 이번 출판사는 도서 출판 3. 생소한 이름의 이곳은 독립출판사면서 한자 전문출판사라고 합니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곳에서 어떤 책이 나왔나 보다가 눈에 띈 책은 바로 '키워드 한자 : 24개 한자로 읽는 동양 문화'였어요. 유구한 동양문화를 한자를 통해 설명하는 내용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는데요.

예를 들면 한자 '진(眞)'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면서 동양은 역사도, 철학도 없다는 서구 철학의 주장(대표적으로 헤겔)을 비판합니다. '진(眞)'이라는 글자에서 파생된 '진리'의 동양적 의미는 은폐된 신의 의지(진리)를 묻는다는 점에서 서양과 비슷하지만, 동양은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올바른 행동으로 나아갈까까지 고민했다는 차이점이 있다는데요.

저는 그 차이점이 책에서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과 태도. 주로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했다)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름지기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니까요.

'진리(眞理)'란 진짜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말이 어려워서 진리라는 단어가 더 멀게 느껴지네요. (하하) 사실 수도자나 구도승 또는 철학 전공자가 아닌 우리가 진리라는 단어를 생각해 볼 일은 잘 없잖아요.

그래도 어디서 자주 봤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학보(라떼는 대학에서 나오는 신문을 학보라고 불렀어요)에 한껏 멋을 낸 글씨체로 쓴 '진리에 순종하라(OBEDIRE VERITATI)',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를 봤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때는 대학을 진리의 전당이라고들 했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그런 말을 누가 하나요. 그래서 저는 쉽고,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진리를 표현하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진짜'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바로 사전을 찾아봤죠. 그랬더니 '진짜' 옆에 '眞짜'라고 적혀있더군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眞짜'란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참된 것'이라고 적혀있는데요. 그러니 '진리'는 '진짜'라는 말로 바꿔 생각해도 되겠구나 했죠.

사람들은 '진짜'를 궁금해하고, '진짜'를 찾으려 하며,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니까 진리를 찾는 과정과도 비슷하고요.

우리는 살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길, 진짜 사랑이길 그래서 우리 사랑은 진짜임을 강조하며 진도 아닌 '찐'을 연달아 노래하죠.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짜 잘하는 게 뭐니? 진짜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도 얼마나 많이 하고 듣는지 몰라요.

저도 10여 년 전쯤, 이 '진짜'라는 단어에 꽂혔는데요. 전부터,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 오던 때여서인지 그때는 책을 읽으면 자꾸만 진짜라는 단어가 종이 위로 떠 올라 눈앞에서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상대방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합니다. 진짜라고 느껴지면 나는 그들에게 접근해도 좋다고 신호를 보냅니다.'(<인생 수업>, 2006) 라거나,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고 싶다.'(<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2014) 같은 글을 곱씹어 생각하곤 했죠.

생긴 대로 사는 것은 진짜 자기 모습으로 사는 것

그 당시 저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인 제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 살고 있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하던 시기였어요. 사람들은 그럴 때 순례길이나 올레길을 걷던데 저는 기도와 묵상으로 '진짜'를 찾는 길을 나섰어요.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앉아서 그때까지 살아왔던 제 삶을 뒤돌아보며 저의 모습 하나하나를 기억해내고 만났죠.

그러고 나서 저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때 '진짜'를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진짜는 갑자기 저를 달라지게 하지는 않았어요. 그 순간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았는데(하하)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니 옛날로 돌아가려는 습관과 씨름하는 날들이 더 많았죠.

처음 씨름을 할 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패배할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가짜로, 대충 살려는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의식적으로 고개 저으며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세우곤 합니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편하다고 하잖아요. 생긴 대로라는 말은 '대~충, 지금 이대로'가 아닌, 어쩌면 '진짜' 자기 모습으로 사는 것 아닐까 싶어요. 지금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닌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그 모습 말이죠.

'진리'를 찾으려면 부담스럽고 어렵지만, 일상에서 '진짜'를 찾는 것은 언제든 조용히 자기 안에 또 다른 존재(자기가 믿는 신(神)이라 불러도 좋고, 초월적인 자아라고 해도 좋을)를 만나면 되니 독서든, 여행이든, 기도든, 명상이든 그 방법이 몹시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 살면서 '진짜'인가 아닌가를 곰곰이 따져보는 노력은 계속 해야겠습니다. 사랑할 때도,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고민할 때도, 우리의 자존감을 한층 높여줄, '진짜'를 찾는 것만이 요즘 유행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되어줄 테니까요.

독특한 이름의 독립출판사 '도서 출판 3'. 감히 짐작하건대 아마도 지금까지 '진짜'를 찾아 열심히 걸어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길이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응원하고 싶습니다. 지금 그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우리들을요.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