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부패 ‘군기 잡기’…“미친 듯이 돈을 긁어모았다” 공개 참회

권지혜 2023. 1. 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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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고강도 반부패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에서 부패한 '호랑이'(고위 관료)들의 위법 행위를 낱낱이 들춰낸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시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반부패 투쟁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대성공을 고하기엔 이르다"며 "엄격한 기조와 조치, 분위기를 견지해 새로운 시대 당의 위대한 자기혁명을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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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부패한 호랑이’ 다룬 특집 프로그램 방송
“물욕 팽배, 준법 의식은 뒷전”
리진자오, 120억 뇌물 수수죄로 징역 15년
약 12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죄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리진자오 전 중국 문화관광부 부부장이 9일 방영된 관영 CCTV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직이 나에게 기회를 줬는데 바로잡지 못했다"고 참회하고 있다. CCTV 홈페이지 캡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고강도 반부패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에서 부패한 ‘호랑이’(고위 관료)들의 위법 행위를 낱낱이 들춰낸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새해 공직 사회 군기 잡기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CCTV는 9일 저녁 방송된 4부작 특집 프로그램 ‘영원히 공격 나팔을 불어라’에서 리진자오 전 문화관광부 부부장의 규율 위반 행태를 폭로했다. 그가 사례금이나 선물 받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권력을 이용해 편의를 추구했다는 내용이다. 기율위 관계자는 “리진자오는 물욕이 팽배한 반면 준법 의식은 뒷전이었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금괴, 시계, 가구 등을 대량으로 받고 거액을 수수하기 시작하는 등 작은 장난에 만족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학 박사인 리 전 부부장은 15년간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시의 당서기와 시장 등을 지냈고 2014년 10월 문화여유국 국장에 임명되며 중앙에 진출했다. 2018년 조직 개편으로 문화관광부가 만들어지면서 차관급인 부부장을 맡았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2020년 7월 리 전 부부장을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그의 낙마를 공식화했다.

방송에 나온 리 전 부부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참회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사가 환자에게 주의를 주듯 조직이 나에게 기회를 줬는데 바로잡지 못했다. 병균이 축적돼 커졌을 때는 이미 암 말기였다. 이것이 내 피의 교훈이자 충고”라고 말했다. 그는 구이린에서 난닝으로, 다시 베이징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전에 살던 주택을 반환하지 않고 퇴거 명령에 허위 보고를 하는 등 막무가내로 행동했다. 관련 업체로부터 아내 출퇴근을 지원받기도 했다.

리 전 부부장은 당의 서면 조사 이후 오히려 본격적으로 금품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과거의 더 심각한 문제까지 드러나지 않자 잘하면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금품 수수의 90%가 이때 이뤄졌다. 문화광관부 부부장을 맡은 뒤로는 공직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마구 돈을 긁어모았다. 아들 사업에 투자를 받기 위해 자금과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는 2020년 3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끝나자마자 곧장 5성급 호텔로 달려가 거리낌 없이 먹고 마셨다. 리 전 부부장은 이런 식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7월 입건되기까지 약 2년 동안 100번에 가까운 향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리 전 부부장은 지난해 4월 6550만 위안(12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죄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리 전 부부장의 방송이 나가고 10일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선 ‘양회 폐막 직후 5성급 호텔로 직행한 탐관’이라는 글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리 전 부부장이 이미 2년 전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지난해 형이 확정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송은 공직 사회에 보내는 경고 성격이 짙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시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반부패 투쟁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대성공을 고하기엔 이르다”며 “엄격한 기조와 조치, 분위기를 견지해 새로운 시대 당의 위대한 자기혁명을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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