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폭로 지친다” 여론 싸늘…자서전 출판사만 대박

박소영 2023. 1. 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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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리 왕자가 자서전『스페어(Spare)』발표와 함께 각종 방송에 출연해 왕실 일가와의 사소한 갈등까지 시시콜콜 폭로하자, 일각에선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윌리엄 왕세자(오른쪽)와 해리 왕자(왼쪽)가 지난해 9월 1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더타임스 등은 해리 왕자의 왕실에 대한 과도한 폭로가 왕실이 아닌 자신의 호감도를 깎아먹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에선 고(故) 다이애나빈의 교통사고 사망, 메건 마클의 인종차별 피해 등으로 해리 왕자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이었는데, 최근 지나친 폭로가 이어지자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일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CNN 뉴스 진행자 돈 레몬은 “도대체 왜 가족 간의 다툼을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하워드 브래그먼은 “해리 왕자 부부는 사적인 가족과 대화를 폭로했지만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해리 왕자가 원한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영국에서도 해리 왕자의 반복된 폭로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영국 ITV와 BBC 등에서 해리 왕자와의 인터뷰를 연달아 보도했지만, 시청자 수는 기대에 못 미쳤다. ITV 인터뷰는 410만명, BBC 인터뷰는 530만명이 시청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1년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한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영국 ITV에서 방영됐을 땐 1000만 명이 시청했었다. 데일리메일은 “방송 인터뷰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팟캐스트에 계속 등장해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자 시청자의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한 영국인이 해리 왕자의 ITV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 왕자의 '왕실 뒷담화'가 왕실보다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 왕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는 26%로 한 달 전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2011년 조사 이래 최저다. 조사 대상은 영국 성인 남녀 1693명이다. 조사 시점은 지난 5~6일로, 해리 왕자의 자서전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다.

부정적 평가는 59%에서 64%로 상승했다. 특히 해리 왕자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청년층에서 부정 평가가 늘었다. 지난달 초에는 긍정(49%)이 부정(29%)보다 20%포인트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각각 41%로 같았다.

반면, 해리 왕자의 주요 폭로 대상이었던 형 윌리엄 왕세자(77%→69%), 형수 케이트 왕세자빈(72%→69%), 아버지 찰스 3세 국왕(63%→60%) 등에 대한 긍정 평가도는 별다른 변화는 없는 것으로 유고브는 해석했다. 더타임스는 “해리 왕자의 말은 폭발적이지만 왕실의 피해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역에 있는 한 서점에서 직원이 해리 왕자의 자서전을 진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신은 해리 왕자 폭로의 최대 수혜자로 자서전을 낸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꼽았다. 자서전의 공식 발매일은 10일인데, 지난 4일 스페인 서점 일부가 비밀리에 판매를 시작하면서 스페인어 번역본이 유출됐고 해당 내용은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됐다.

이로 인해 해리 왕자 자서전 선주문이 급증하면서 9일 영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최대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스 측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은 선주문을 받은 책”이라며 “높은 관심이 이어져 올해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2021년 해리 왕자는 이번 자서전을 포함해 책 4권을 2000만 달러(약 252억원)에 출간하기로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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