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아트테크]③"세계 5위 韓미술시장, 조정기 지나면 빠르게 안정될 것"
"MZ컬렉터의 특징은 우리세대 작가를 찾는 적극성"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MZ세대 컬렉터의 특징은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작가를 답습하지 않고 우리 세대 작가를 찾겠다는 적극성이다. 이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 작가에게 가감 없이 투자한다. 동시대 작가들을 새로 발굴하고 키우는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19년 경력의 베테랑 경매 전문가인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는 최근 3년간 급격한 미술시장의 변화를 몸소 체감했다고 말한다. 신규 컬렉터로 등장한 MZ세대 수요자가 원하는 작품군이 달라지자 공급시장은 한발 먼저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주도했다. MZ컬렉터가 주목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가는 블루칩 작가 대비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는 “이미 2020년 기준 전 세계 컬렉터의 52%가 MZ세대로 바뀐 만큼 시장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꿈의 금액이었던 1조가 지난해 실현됐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5000억의 벽을 넘지 못한 시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4일 발표한 ‘2022 미술시장 규모 추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의 거래 유통액은 1조37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7563억원 대비 37.2%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에 풀린 자본은 이내 미술품으로 향했다. 2021년 국내 경매시장 거래액은 역대 최고인 329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거래액은 1153억원으로 3배에 가까운 폭발적 성장이었다.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경매 또한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미술 전문 조사기관 아트프라이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동시대 미술 경매 거래시장에서 대한민국이 5위로 올라서며 아시아권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현대미술로만 10억5000만달러(약 1조 5100억원)를 거래한 가운데 중국이 7억4000만달러(약 1조650억원), 영국은 4억8600만달러(약 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어 프랑스가 6800만달러(약 978억원), 한국이 6550만달러(약 941억원), 일본이 6520만달러(약 937억원)로 뒤를 이었다.
호황을 맞은 시장의 중심에 있었지만 김 수석경매사는 현재 시장 상황을 조정기라고 진단했다. 상승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거품과도 같던 일시적 수요가 빠져나가고 시장이 안정화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그는 “지난 3년의 시장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했고 주식과 가상화폐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경기 흐름이 바뀌면서 거품 수요가 빠지면서 최근 경매 유찰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시장 하락세로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안정적으로 가기 위한 숨 고르기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중견 컬렉터와 해외 컬렉터가 주목한 한국 단색화는 2016년부터 재조명되면서 블루칩 작가군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MZ컬렉터는 동시대 작가에 주목했다. 이런 수요가 빠르게 미술시장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 김 수석 경매사는 “특히 흑인예술가, 여성예술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는데 한국에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라 휴즈, 에밀리 메이 스미스, 안나 웨이언트 등 글로벌 MZ컬렉터가 주목한 신진 작가군이 빠르게 가격대를 높이며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독 선호도가 높은 작품의 비결에 대해 “두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하나는 시기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 경우, 다른 하나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잘 나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한 그는 “전자에 부합하는 MZ컬렉터는 유년 시절부터 대중문화 노출 빈도가 높고 외국 문화를 다양하게 접했기 때문에 국가 간 경계도 없고 새롭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경매사로 26세 때 첫 현장에 나섰던 순간을 언급한 김 수석경매사는 “50대에서 70대 컬렉터 앞에서 진행하는데 가격 호가를 못 받을 만큼 수줍어했었다”면서도 “최근 경매 현장에는 MZ부터 70대, 또 전화 응찰로 참여하는 분들까지 그만큼 연령대가 다양해졌음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에 대해 “실제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한 그는 “투자 대상으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작품을 알아보고 이를 감상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말미, 일상 속 마주한 좋은 작품이 어디에 있냐는 물음에 그는 “얼마 전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는데 1층에 걸린 김창열 화백의 ‘가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론 광화문 현대해상화재보험 본사 로비에 있는 오수환 작가의 ‘적막’도 볼 때마다 감동을 주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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