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 검찰수사로 고초... 언론·방송학회는 침묵
[신상호 기자]
▲ 이준웅 한국언론학회 회장이 지난 9일 특별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한국언론학회 유튜브 갈무리 |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참여 언론학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언론학자 모임인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대응책을 논의한다던 특별세미나에서도 수사와 관련한 성명이나 입장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의 자유와 민주적 방송제도 구축을 위한 우리의 과제'라는 제목의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2020년 TV조선 등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언론학자들에 대한 고강도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중이라 이날 세미나는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두 학회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언론학자 수사와 관련해 "동료 학자들로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 향후 상황을 주시하고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학자들 중에는 언론학회 추천 인사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9일 세미나에선 언론학자 수사에 대한 양대 학회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날 세미나의 발표 주제는 '민주주의와 방송제도 개혁'이었다. 공영방송(KBS)의 정치적 독립성 추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주된 내용이었으며, 언론학자들에 대한 수사의 단초가 된 '종편 재승인 제도'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도 발제 내용을 위주로만 토론이 이뤄졌다.
검찰 수사 입장 묻자... 언론학회장 "세미나 연 것이 공식 대응"
발제와 종합토론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학회 차원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거나 방향성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질의 응답 시간에 '언론학자 수사에 대한 학회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준웅 한국언론학회장은 "세미나가 공식 대응이다. 공식 대응이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수사와 관련된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회 출신 분들이 (종편 재승인) 심사 관련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공식적 대응은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 세미나가 공식적 대응입니다. 이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회는 공동으로 진지한 논의를 거쳤고요. 민주적 제도 구축을 위한 학술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공식적 대응이 없다는 말씀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회장의 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받은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물타기 아니냐"며 학회의 미온적 대응에 공개적인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학자들이 모인 토론회에서 보기 드문 강경한 발언이었다.
강 교수는 "최근 (학회가) 언론 자유와 관련된 부분에 인지를 해서 (세미나에) 모였다고 생각했는데, 발제는 방송 제도 쪽으로 (논의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저도 그런 토론을 했다"면서 "막말로 물타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이 되고 있는 MBC 바이든 사건, 학자들의 문제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세미나가 제도 논의에서 끝나버리면 조금 어색하지 않나"라며 "다음(세미나에)에 뭐가 또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발제를 맡았던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언론정보학회에서 개별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성명을 냈다"면서 "방송학회도 성명에 참여해달라는 공지를 했다. 전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두 학회의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적극적인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언론정보학회는 지난해 9월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본격 진행되자 "언론학자 탄압을 규탄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적극 대응했다.
언론정보학회는 지난해 11월 언론학자 탄압규탄 및 수사 중지 촉구를 위한 범학회 대책위원회를 꾸려, 언론학자들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언론정보학회의 서명에 참여한 언론학자들은 무려 30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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