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5일, 시골땅에서 2일... 이렇게 살아보자고

이효진 2023. 1. 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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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이 아닌 '내 땅 마련'의 꿈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효진 기자]

▲ 배 타고 떠나는 5도2촌 제주에서 배를 타고 전라남도 땅으로 간다.
ⓒ 이효진
뿌웅~뿌웅~ 뱃고동 소리와 함께 우리 가족은 전라남도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땅. 역시나 땅값이 1000만 원인 이유가 있었다.

"여기가 대나무 숲이야? 뭐야? 이곳에서 무얼 한다고?"

우리땅 전체를 뒤덮고 있는 대나무들. 땅 속 깊이 촘촘히 뿌리를 내리고 하늘 높이까지 솟아있는 이놈의 골치거리 대나무들. 귀곡산장에 온 듯한 느낌. 우리 네 식구가 손에 손잡고 땅 위를 편히 밟고 거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니. '이 땅을 산 게 과연 잘한 결정인가?'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미덥지 못한 답답함만이 쌓여가고 있었으니. 이런 나에게 남편은 이야기한다.

"대나무가 골칫거리로 보이지? 아니, 대나무 덕분에 우린 이 땅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리고 이 대나무들. 싹 다 베어 버리면 그만이지. 나무만 바라보지 말고 전체적인 그림, 숲을 바라보라고."

말이라도 못하면. 역시나 또 남편의 말에 넘어가 버리고만 나는 금세 이 땅에서의 장밋빛 청사진을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이 땅에서 무엇을 하지? 이번에는 좀 더 멋진 집을 지어 봐? 아니야, 너무 시골에다 집을 지으면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 생활도 힘들어. 그럼 무엇을 하지?'
 
▲ 우리 땅 안에 자리한 대나무들 수작업으로 대나무들을 하나 하나 베어내고 있다.
ⓒ 이효진
눈 앞에 보이는 남편과 아들 둘의 표정에서도 각자가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이 느껴진다.

아빠: "나만의 멋진 성을 만들 거야."
아들: "맘 편히 자전거도 타고 뛰놀 수 있는 나만의 운동장이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 "이곳에 온실 같은 거 만들어서 텃밭을 가꾸는 건 어떨까?"
우리 가족: "미니 캠핑장을 만들어도 좋겠는데, 우리 가족만의 개인 캠핑장."

각자가 그리는 꿈의 모습은 제각각이라지만 결국은 하나로 통하는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 예전에는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면, 언젠가부터는 집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지게 된 듯하다.

미친 듯이 솟아오르던 집값. 하지만 비싼 집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10년 전, 마당 넓은 집에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더욱 그랬다. 전원생활을 누릴 때는 아파트생활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며 아파트 생활을 꿈꾸더니,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는 다시 또 땅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더라는 거다. 아파트는 아이들이 집과 학교를 안전하고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을 가져다 주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을 걱정하며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것. "좀 조용히 지내지 못 해"라는 아빠의 잔소리가 오갈 수밖에 없다. 글쎄, 이게 과연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집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지. 집이란 가족들의 휴식처이자 즐거움을 전해 주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조심 조심 눈치를 살피게 되는 공간으로 존재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다. 다시 전원생활로 돌아가게 됐을 때는 시골 안에서의 여러 불편함들로 인해 결국 또 다시 아파트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우리는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5도2촌의 삶.

"아파트에서 5일, 시골땅에서 2일을 지내는 삶도 꽤 매력있지 않아?"
"우리 가족만의 꿈의 놀이터를 만들자."

디즈니랜드, 에버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을 위한 우리 가족만의 멋진 꿈의 놀이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장기 플랜을 갖고 우린 하나 하나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대나무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남편은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인지 톱으로 하나 하나 대나무를 자르기 시작한다. 저런식으로 대나무를 자르다가는 땅 위에서의 우리의 꿈은 펼쳐나가지도 못한채 그냥 그렇게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아득하게만 보이는 대나무 톱질의 순간. 남편도 느꼈던 걸까? 처음에는 신이 나서 톱질을 하더니만 역시나 무리라는 걸 깨닫고 내게 말한다.
 
▲ 포클레인 작업 포클레인 그 위력을 알게 되다.
ⓒ 이효진
 
"포클레인 찬스를 써야겠어."

3~4시간 동안 고되게 대나무 몇십개를 베어내던 수작업이 포클레인 작업으로는 단 1분만에 베어내어 버리는 장비의 위엄을 볼 수 있었다. 대나무를 걷어낸 그 자리, 우리 네 식구가 걷기 시작한다. 지금은 대나무들이 거의 없고 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지만, 언제간 채워질 먼 미래의 모습이 보이기에 괜찮다. 힘들어도 다시 해 보자. 이 땅 안에 우리의 꿈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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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유튜브 <프레디 아빠의 버킷리스트>에서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요.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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