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성직자 성적인 접근 후 실종" 바티칸걸 미스터리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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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소녀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풀릴 수 있을까.
교황청이 약 40년 전 발생한 '오를란디 실종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알레산드로 디디 바티칸 검사장이 오를란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 경찰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티칸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오를란디 실종사건'과 관련한 허위 제보와 음모론이 무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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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5세 소녀…허위·음모론 무성
넷플릭스 다큐로도 제작…친구 증언 담겨
바티칸 소녀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풀릴 수 있을까. 교황청이 약 40년 전 발생한 '오를란디 실종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알레산드로 디디 바티칸 검사장이 오를란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 경찰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파일과 서류, 보도, 정보, 증언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제로 남은 이 사건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임 중인 1983년 6월 22일에 발생했다. 교황청 직원이었던 부친과 함께 바티칸에 거주하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당시 15세)는 로마의 한 음악학교에 다녔다. 오를란디는 예상보다 일찍 끝난 플루트 수업 후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길에 종적을 감췄다.
딸이 집에 오지 않자 아빠는 음악학교 주변과 바티칸 언덕 사방을 다녔지만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로마 전역을 오를란디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로 뒤덮었어도 성과는 없었다.
바티칸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오를란디 실종사건'과 관련한 허위 제보와 음모론이 무성했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튀르키예(터키) 출신 아그카의 석방을 끌어내려던 세력이 오를란디를 납치했다는 전화가 오를란디의 부모에게 걸려 왔다.
아그카는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일반 알현을 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총격을 가하며 암살을 시도했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16번의 통화가 이뤄졌으나 어떤 단서도 확보되지 않았고, 심각한 장난 전화 정도로 일단락됐다.
오를란디의 부친이 바티칸과 마피아 간 검은 거래를 알고 있어 지역의 마피아가 이를 입막음하려고 했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2005년 한 TV 방송에 익명의 시청자가 오를란디 실종 사건의 단서를 마피아 두목 엔리코 데페디스 무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보했다. 이로부터 3년 뒤에는 데페디스와 연인 관계였던 여성 사브리나 미나르디가 "납치범은 데페디스"라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확산했다.
결국 2012년 교황청이 성당 내 데페디스의 무덤을 수색하도록 해 주인을 알 수 없는 유골이 여러 개 발견됐으나, 오를란디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8년 오를란디의 가족은 바티칸 내 테우토니코 묘역에 매장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교황청은 이듬해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묘소 2곳을 발굴했다. 당시 신원 미상의 뼛조각 수천개가 발견됐으나 이때에도 오를란디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에서 이 사건을 다룬 '바티칸 걸'이라는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이 시리즈에는 실종사건 일주일 전 '바티칸 고위 성직자가 성적으로 접근해왔다'는 말을 오를란디에게 들었다는 친구의 증언이 담겼다.
다만 교황청은 '바티칸 걸'이 재조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말을 아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황청이 재조사에 나선 배경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 이번 사건의 진실을 투명하게 밝혀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오를란디 가족 측 변호사인 로라 스그로는 이번 재조사에 대해 "신중하고 깊이 있는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바티칸에 책임이 있다면 드러나야 할 때이고, 가족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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