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기업대출]①中企 "이자 비싸 못빌려"…은행 "리스크 탓 못빌려줘"

심나영 2023. 1.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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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요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기업 여신 환경에 대해 "예전 같으면 나갈 대출도 못 나가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오는 11일 중소기업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운영자금 대출과 보증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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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나갈 대출도 못 나간다"
리스크 관리 하는 은행, 치솟는 이자

"작년 9월 금리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이후부터 신규대출은 거의 못 하고 있어요.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 때문에 대출 심사 기준이 아주 엄격해진데다 작년에 금리가 두 배 이상 올랐잖아요. 그나마 돈 있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기존 대출부터 갚고, 사정이 어려운 곳들은 투자할 엄두를 내지도 않으니까요"

인천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요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기업 여신 환경에 대해 "예전 같으면 나갈 대출도 못 나가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임대사업자가 대표적이다. 과거엔 보통 신축건물 같은 경우 임대가 당장 안 되더라도 감정에 의한 추정 임대료를 산정해 예외적으로 대출 승인을 해줬는데, 지금은 실제 임대차 계약서를 들고 오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 [관련기사] '얼어붙은 기업대출'

이 지점장은 "은행부터 영세한 개인사업자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을 보수적으로 대하고, 당사자들도 금융비용을 줄이려고 한다"며 "제조업은 일찌감치 이런 기조로 돌아섰고 도매업, 유통업, 임대업까지 똑같은 분위기가 퍼졌다"고 했다.

확연히 달라진 기업 대출 분위기
자영업자 대출 3개월째 내리막
중소·대기업 대출 연말 낙폭 커져

가계대출에 이어 최근엔 기업 대출까지 얼어붙기 시작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데다, 경기는 얼어붙고 금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증가세였던 개인사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10일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10월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9월 315조2700억원에서 10월 314조8100억원으로 줄더니, 11월엔 314조7500억원, 12월엔 314조1000억원까지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12월 598조2100억원으로 전달(599조1000억원)과 비교해 89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대기업 대출 흐름도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 회사채 시장이 멈추다시피 하자 자금이 필요한 대기업들은 은행에 손을 벌렸다. 10월, 11월 전달 대비 각각 6조6700억원, 4조1700억원 가량 늘었지만, 12월엔 5조8000억원이 감소했다.

통상 연말에는 기업들이 재무제표 결산 때문에 대출수요가 축소된다고 하지만 2021년의 경우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월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대기업 대출잔액의 감소폭(-1조8000억원)도 2022년 12월(-5조8000억원)보다 훨씬 작았다. 금리가 오르면서 확연히 달라진 기업대출 분위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11월 기준)는 5.39%~5.91%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5.29%~5.62%)보다 높은 수준이다.

투자 철회하는 기업들
작년엔 어렵다 했지만, 올해는 생존 문제 직면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들도 투자 계획을 접고 있다. 한 중견 건설회사 영업 담당 임원은 "경기도에 전원주택타운을 지을 땅을 사려고 하다가 투자를 전면 철회할 정도로 올해는 되도록 새 사업은 벌이지 말고, 기존 사업 유지만 제대로 하자는 게 경영 기조"라며 "수주할 건이 없어 작년 가을부터 골프 약속이 싹 사라진 것만 봐도 체감 경기가 얼마나 바닥인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주 발표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 전망'(전국 2254개 제조업체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과 비교해 투자계획에 대해 '동일 수준'이라 응답한 비율이 53.5%로 가장 많았다. '작년보다 감소'라는 답변이 33.9%를 기록했다.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12.6%에 그쳤다. 불과 1년 사이에 작년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29%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임원은 "금리 상승이 계속 유지된다면 작년에는 어렵다고만 했던 저신용 기업들이 올해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오는 11일 중소기업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운영자금 대출과 보증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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