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한은 물가목표 3%로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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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나온 논의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더 오래갈 수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지출이 급증했고 향후 복지비와 국방비 지출 증가로 고물가가 지속돼 금리 수준도 기존 예상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경제학회는 아카데믹한 모임이고 물가목표 3%는 지금 그 가능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언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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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현재 미국 물가는 목표치인 2%보다 높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물가 목표치를 2.5%나 3%로 올리는 게 더 나아 보인다."(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
"장기적으로 물가가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물가 목표치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리사 쿡 Fed 이사)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나온 논의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더 오래갈 수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지출이 급증했고 향후 복지비와 국방비 지출 증가로 고물가가 지속돼 금리 수준도 기존 예상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이 유례 없는 양적완화(기준금리 제로 상태에서 통화량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 정책을 실행했고, 그 결과 마이너스금리까지 나왔다. 유례 없는 정책으로 유례 없는 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지속했으며, 코로나19 이후 재정지출 급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가 급등해 저금리 시대가 끝나게 됐다.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가속화됐던 세계화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첨단산업과 자원·에너지의 공급망 분리·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물가 안정을 가능케 했던 세계화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역세계화는 당연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거시경제 석학인 찰스 굿하트와 모건스탠리 출신인 마노즈 프라단이 공동 저술해 2020년 발간한 '인구 대역전'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세계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의 고령화에 더해 중국까지 고령화로 가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 노동자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해 디플레이션적이지만, 피부양자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적이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장노년층의 노동참여율 상승,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 등은 급격한 인구변동을 상쇄할 수 있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상승률 2% 아래, 즉 0%대, 1%대 물가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2016년부터 2%였다. 그 이전에는 대부분 3%±0.5% 또는 3%±1%였거나 2.5~3.5%였다. 모두 3%를 기준점으로 했다. 이게 정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물가목표 3%가 정상인데 그보다 낮은 2%로 설정돼 있으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은 지나치게 긴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를 너무 낮게 유지하려다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물가와 성장률 사이에서 균형 잡힌 금리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경제학회는 아카데믹한 모임이고 물가목표 3%는 지금 그 가능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언급된 상태다. 중앙은행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Fed나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실의 정책으로 검토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은은 2018년 12월말, 물가안정 목표를 2%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에는 3년마다 물가안정목표를 정하던 것에서 이때부터는 따로 적용기간을 두지 않고 2년마다 점검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국내외 경제충격, 경제여건 변화 등으로 물가목표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는 물가목표를 재설정하게 돼 있다.
조만간 물가목표 재설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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