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의회 38년만에 '전쟁터'된 순간…"엄중처벌할 것"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브라질 수사당국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일어난 폭동 사태와 관련해 1600여명을 무더기로 구금 또는 체포했다. 당국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해 갈등이 폭력으로까지 악화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어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 머무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당국의 신병인도 요청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일으킨 의회·대통령궁·대법원 폭동 사태에 관여한 1200명을 구금하고 400여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적으로 정부를 찬탈하려는 시도를 한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외신들은 군사독재 종식 이후 38년 만에 민주주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의회 등을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짚었다. 폭도가 돼 버린 시위대는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사용해 경찰을 공격하고 의사당 진입을 위해 장벽을 뛰어넘고 유리창을 부수면서 5시간 가까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지난해 10월 대선 패배 뒤 보우소나루의 침묵 속에 군 사령부 밖에서 60일 넘게 캠프에 진을 친 극렬 지지자들은 보우소나루의 집권과 군사 쿠데타를 요구해왔다. 경찰은 해당 캠프에서 활동한 이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취임 1주 만에 소요사태를 맞은 루이스 룰라 대통령은 소요 가담자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면서 이달 말까지 이번 사태에 연방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는 대규모 시위대 동원에 지원된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 삼부 요인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시위를 테러, 쿠데타로 규정하며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베네지아누 비타우 두레구 상원 의장 권한대행, 아르투르 리라 하원 의장, 로사 웨버 대법원장 등은 이날 공동명의 성명에서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우리 공화국은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자를 거부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에 따른 후속 조처를 위해 함께 하기로 했다"며 "조국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사회 평온 유지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동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 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폭동 사태 바로 전날 그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최근 올랜도에 있는 식당과 식료품점 등에서 목격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로부터 자국 인도 요청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북미 3국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 정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가 그런(신병인도) 요청을 받는다면, 항상 하던 식으로 처리할 것이다. 요청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해 신병 인도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비자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브라질 정부 요청 없이도 추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오늘 일어난,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며 "(자신은) 법, 민주주의, 투명성, 그리고 우리의 신성한 자유를 존중하고 수호한다"고 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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