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축의금 기준

고세욱 2023. 1. 1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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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KBS 개그콘서트 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들'(애정남)이 축의금 기준을 알려줬다.

직장 선배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아내와 함께 밥을 먹었다가 면박당한 일이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식대가 8만원이 넘는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원을 냈다고 지적받은 일,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려 축의금을 챙긴 뒤 퇴사한 신입사원 사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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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2011년 9월 KBS 개그콘서트 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들’(애정남)이 축의금 기준을 알려줬다. 기본은 3만원. 지출이 몰리는 성수기(4, 5, 9, 10월) 결혼식엔 3만원, 그 외는 5만원이 적절하다. 축의금 많이 받으려면 비수기 결혼을 강추했다. 5만원과 10만원 차이도 제시했다. 신랑 혹은 신부 부모님이 자기 이름을 알면 10만원, 모르면 5만원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축의금은 개그 소재 이상의 현실 문제가 됐다.

직장 선배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아내와 함께 밥을 먹었다가 면박당한 일이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식대가 8만원이 넘는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원을 냈다고 지적받은 일,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려 축의금을 챙긴 뒤 퇴사한 신입사원 사연도 있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미뤘던 결혼이 줄을 잇자 직장인 고민거리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호텔 예식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물가 급등으로 식대가 10만원 안팎인 식장이 꽤 된다. 하객뿐 아니라 결혼 당사자들도 축의금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서민 두통거리인 축의금은 권력층 줄대기를 위한 급행료 성격도 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가 1987년 결혼할 때 축의금이 20억원에 달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10년대 중반 두 자녀를 결혼시키며 총 3억원의 축의금을 받았다. 청문회에서 액수가 문제되자 “40년 넘게 일을 한 저는 얼마나 많은 축의금을 냈겠나”라고 반문했다. 공직사회 부패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이 2018년 개정됐을 때 축의금 상한은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려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청렴 사회로 가는 의지와 방법을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여전히 축의금에 대한 통념과 부담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축의금 포비아를 벗어날 묘수는 무엇일까. 사회 인식 제고와 함께 작은 결혼식을 활성화하든가, 해외에서 유행한다는 ‘축의금 가격대별 식사’를 제공하는 정도면 될까. 애정남에게 묻고 싶은 사람들이 요새 부쩍 많아졌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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