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우주서 만든 ‘태양광 전력’ 수만 ㎞ 먼 지구로 보낼 수 있을까

2023. 1.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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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은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의외로 효율이 떨어진다. 전력효율이 높아도 20% 정도다. 심지어 저가형 패널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밤이 되거나 구름이 짙게 낀 날은 전기를 만들기 어렵다. 이는 전력망을 유지하는 데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꼭 한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태양광발전소 자체를 아예 지구 밖, 우주에 짓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치부됐지만 현재는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주에서 만든 전기, 지상에서 사용

우주태양광발전을 처음 거론한 건 미국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다. 1941년 발표한 단편소설 ‘리즌(Reason)’에서 우주 공간에서 얻은 태양광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태양광 개념을 볼 수 있다. 우주에 거대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다음 거기서 얻은 전기를 지상에서 수신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즉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달린 인공위성에서 생산한 전기를 마이크로파 또는 레이저로 바꿔 지상으로 쏘아 보내자는 아이디어다. 한 번 인공위성을 우주에 띄우기만 하면 환경오염도 없이 무한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주태양광발전은 지상의 그것에 비해 효율이 대단히 높다. 먼저 대기 가스, 구름, 먼지 같은 햇빛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없으므로 더 많은 강렬한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다. 지구 표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강도의 144%에 달한다. 더구나 지구와 달리 거의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오직 춘분과 추분날의 밤 72분 동안만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다. 이런 모든 점을 비교하면 우주는 태양복사 에너지가 지상의 10배가량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무선 전력 전송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절반 정도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상에서 발전하는 것에 비하면 5배 이상 효율이 높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 중에는 기다란 ‘탑’ 처럼 생긴 형태도 구상되고 있다. NASA 제공


본격적인 우주태양광발전소는 적도 상공 지상 3만6000㎞의 정지궤도에 건설하게 되는데, 지상에서 보기에 항상 같은 곳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위성이 보이는 곳이라면 안테나 방향에 따라 어디서든 전력을 수신받을 수 있다. 약 7~13㎞ 너비의 커다란 안테나만 있으면 된다. 즉 전력 생산에 필요한 지상 공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거대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지상으로 보내고, 또 그것을 받아 사용하느냐다. 주로 거론되는 방법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것이다. 전자레인지 등에 쓰이는 강력한 전파를 이야기하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빔 형태의 전파를 짧게는 수㎞에서 길게는 수만㎞ 이상 떨어진 곳까지도 보낼 수 있다. 단점은 전력효율이 떨어지는(최대 50% 정도) 것이지만 대안이 없는 만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채택할 가치가 있다.

최근엔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 효율이 훨씬 더 뛰어난 빛 형태의 ‘레이저’를 전력 전송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래 달에 우주기지를 만들 때 지구에서 전기를 보내줄 생각을 하면서 제안됐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으로 보여 연구가 중단됐다. 그러나 지속해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우주태양광발전의 경우는 실용성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다.

미국 이어 유럽 중국 일본도 도전

과거부터 이야기가 많았던 우주태양광발전이 새삼 최근 들어 주목받는 건 발전된 우주기술 덕분이다.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역시 미국이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는 2013년 ‘우주 기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SSPP)’에 착수하고 1억 달러(약 1260억원)를 투자받아 9년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2021년 8월 SSPP 연구진은 실제 우주 공간에서 그간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첫 테스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시제품 개발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연구소도 빼놓을 수 없다. 소규모지만 이미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우주에서 실제 실험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태양광 무선전송 안테나 모듈(PRAM)’이 실린 가로세로 30.5㎝ 크기의 초소형 위성을 발사해 10W(와트·스마트기기를 구동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량)의 에너지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에 우주에서 실제로 지구로 전력을 전송하는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여러 나라가 우주태양광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중국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주태양광발전 전용 대형 로켓 ‘창정 9호’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우선 2028년까지 400㎞ 상공에서 지상으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2년 후인 2030년 더 강력한 위성을 정지궤도로 발사해 실증 실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어 2035년까지는 10㎿(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실제 에너지 송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2050년까지는 전력 송출량을 원자력발전소와 비슷한 2GW(기가와트·1GW는 1000㎿)로 늘리고 상업 이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럽도 무시하기 어렵다. 영국이 주도적이다. 지난해 5월 50여개 기업·연구조직이 참여하는 ‘영국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독일 우주연구기구(DLR)와 유럽우주청(ESA) 주도로 ‘우주태양광발전 유럽 네트워크’를 2002년 설립하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15㎞ 길이의 태양 전지판을 수직으로 세우는 형태의 ‘유로피안 세일타워’ 우주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450㎿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도 무시할 수 없다. 2030년까지 1GW급 태양광발전 위성을 올릴 계획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발전 용량이다.

우주태양광발전소는 그 건설 과정이 녹록지 않다. 원전 규모 이상의 발전효율을 얻으려면 커다란 우주 발사체로 약 300번 이상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한다. 따라서 소형화·경량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거쳐 2020년대 안에 기술 실증을 마치고, 2030~2040년대에 우주태양광발전소 설치가 실제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태양광발전으로 인류의 전력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우주에 띄울 수 있는 숫자가 위성궤도 운영상 문제로 수십 기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소 수십 기 분량의 에너지를 환경오염 걱정 없이 지속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큰 이점이다. 우주태양광발전은 인류의 에너지 걱정을 덜어낼 방법의 하나로 큰 가치가 있는 셈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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