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용하게 위대하게…우주강국의 길

2023. 1. 1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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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우주 관련 뉴스가 요즘 많이 보도되고 있다. 달 궤도에 진입한 다누리호가 촬영한 아름다운 지구와 달 사진을 지난 3일 우리 국민은 반갑게 감상했다. 지난 12월 30일에는 우주 공간에 올릴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와 2, 3, 4단 분리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우리는 이제 확실히 ‘우주 시대’에 살고 있다. 우주시대를 향유할 주인공인 젊은 MZ세대를 위해 기성세대는 더 탄탄한 우주 기술의 기반을 구축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주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까.

먼저 달 궤도선 다누리호의 경우를 보자. 다누리호는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한·미 양국 우주 동맹과 우주 협력의 상징적인 실체다. 동시에 한국의 달 궤도선은 한·미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실 미국은 향후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달의 남극 지방에 대한 자료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달 궤도선을 이미 가진 미국은 추가로 달 궤도선을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 그즈음 한국이 달 궤도선을 보낸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이 참여하게 됐다.

「 달 궤도선과 고체연료 로켓 성공
과한 흥분은 미사일 주권에 불리
중국·일본 등 은밀하게 기술축적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우주 협력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달 궤도선은 한·미의 첫 우주 협력 윈윈 사례다. 미국은 달까지 가는 궤도 설계를 몇 번이나 고쳐가며 기술을 검증해 줬다. 미국은 광학장비인 섀도 캠을 다누리호에 탑재함에 따라 달 남극 지방의 모든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고, 한국은 심우주 통신 경험을 얻었다.

지난해 8월에 발사한 다누리호가 통상적인 시간보다 오래 걸려 지난 12월에야 달 궤도에 진입했다. 중량이 670㎏여서 지구에서 달로 직접 가기에는 문제가 많다 보니 지구 멀리 내보내 중력의 힘으로 달에 접근하는 경로를 밟았다. 이는 미국이 제안해 성공한 것이다. 한국은 달 탐사 및 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한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주개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 발사 실험이다. 아무런 사전 예고가 없는 상황에서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시간에 큰 비행체가 연기를 내뿜으며 우주 공간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많은 국민이 목격하고 놀랐다. 뒤늦게 국방부는 고체연료 로켓 발사 실험이었고 장차 정찰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산화에 일단 성공한 누리호는 연료 주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액체연료 로켓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단추만 누르면 즉각 발사된다. 이 때문에 우주 강국들도 고체연료 로켓의 실험을 조용히 진행한다. 한국처럼 유난을 떨지 않는다.

중국 사례를 보면 우주개발은 조용히 추진하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미국에 유학 중이던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을 귀국시켜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핵폭탄·원자폭탄·인공위성을 개발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은 올해 말 독자적인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완성을 목표로 할 정도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추력 500t급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운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16t의 화물을 우주정거장에 보낼 수 있는 H-2B 수소액체 로켓을 보유한 우주 강국이다. 일본은 고체연료로 1.2t의 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엡실론(Epsilon) 로켓을 갖고 있다.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실상 보유한 셈이다. 일본은 1969년 중의원 명의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 원칙’을 선포하면서까지 로켓, 즉 미사일 기술을 평화적인 것처럼 위장했고 수십년간 조용히 기술을 축적해 마침내 우주 강국이 됐다.

1979년 처음 작성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그동안 한국의 미사일 개발은 제약이 많았다. 중간에 네 차례 개정되면서 사거리와 중량 제한이 조금씩 완화됐다. 결국 2021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면서 마침내 고체연료 로켓 실험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미사일 주권은 국제 정세와 지정학 등을 두루 고려해 조용히 내실 있게 행사하면 된다. 달 궤도선 다누리호와 고체연료 로켓 실험 공개 뉴스를 보면서 우주개발은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다른 나라 경험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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