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은 꽁꽁 감추고…검사 신상 공개한 野 '악플 깡패' 본능 [노정태가 고발한다]
"공익을 높이는 측면에서 또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 신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일 한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당내에서 검찰 신상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된 법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검찰 신상을 공개하는 법이라니 무슨 말일까? 검찰은 암약하는 국가정보원이 아니다. 모든 검사의 신원은 이미 공개되어 있다. 국가공무원법, 검찰청법 등으로 정해져 있는 기존 제도에 따르면 그렇다. 어떤 검사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등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다만 범죄자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면 관심 가질 일이 아니므로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박 위원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헤아려보려면 지난해 1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민주당 홍보국은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이라는 제목의 웹자보를 제작해 당원들에게 배포했다. 주임 검사급 이상 16명의 실명과 사진, 그들 각각이 담당하는 이재명 관련 사건의 내용, 그리고 검사의 얼굴 사진 옆에 '尹(윤) 사단'이라는 방패 형태의 부호를 붙여 놓았다.
이런 웹자보를 만든 민주당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재명을 윤석열 사단이 수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검사들 이름과 얼굴, 근무처를 공개하고 그 옆에 '尹 사단'이라는 낙인을 쿵쿵 찍어놓은 것일 테다. 말하자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너 윤석열 사단이지? 그래서 이재명 수사하는 거지? 나 너 얼굴 봤어! 너 어디서 무슨 일 하는지도 알거든? 조심해!"
의도는 잠시 뒤로 하고, 일단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망라된 범죄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실제로 문제의 웹자보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이 대표 아들의 불법도박,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사건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범죄 혐의가 총망라되어 있다. 한 사람이 받는 범죄 의혹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가 다룬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절로 연상케 할 지경이다(그러고 보니 에스코바르 역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었다).
민주당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이토록 많은 범죄 혐의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수사를 하는 검찰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떠올릴 수 있겠나.
'우리 당 대표가 이렇게 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수사하는 놈들이 나쁘다.' 정상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라면 애초에 떠올리지도 못할 논리 구조다. 아무리 당원 대상이라지만 너무 비상식적이다.
민주당은 심지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필요하면 수사에 참여한 검사 150명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서 박 위원이 언급한 "법제도 개선"은 이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민주당 홍보국과 극렬 지지층은 '개인 신상 정보'에 대해 정상적 시민과 판이하게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는지, 또는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SNS가 무엇인지 등은 그저 평범한 개인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홍보국과 극렬 지지층에겐 이 정보 자체가 그들이 적대시하는 상대방의 '약점'이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약점으로 볼 수 있을까? 그건 타인의 개인정보를 악용하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논리 구조다. 이재명을 추종하는 이른바 '개딸'을 비롯해 극성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개인정보란 '그냥 그렇구나' 하고 흘려보낼 일이 아니라 내 손에 쥔 무기다. 가령 전화번호를 안다면 문자 폭탄을 날리고, 주소가 확보되면 집 앞에서 시위하거나 이상한 우편물을 보내고, 또 정말 고맙게도 개인적으로 쓰는 SNS가 있다면 몰려가 악플을 다는 것은 물론 웹 주소를 공유해 조리돌림을 해버린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감히 쉽게 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언제든 타인에게 해코지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는 자들, 이름 붙여보자면 '악플 깡패'의 세계관을 가진 자들만이 하는 행태다.
혹자는 검사가 하는 일이 당당하다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게 왜 문제냐고 묻는다. 민주당 의원과 당원, 지지자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변명이다.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 수사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은 앞으로도 더 검사의 실명과 얼굴을 알리는 일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의 말이 그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굴과 근무지 등이 알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다.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옳다고 치자.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스스로에게는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을까? 가령 27년간 이재명의 오른팔이자 복심으로 활약해왔다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상하리만치 얼굴을 감춰왔다. 그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다음이다. 그 전까지는 언론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그의 연락처나 최근 얼굴, 거주지 등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비선 실세가 아니라 공식적인 당 직함까지 달고 있었는데 공식 조직도에 사진 한장 붙어 있지 않았다. 괴이하다.
수사에 참여하는 일선 평검사보다는 정진상이 훨씬 권력과 가깝고 이런저런 사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재명 사건 수사 검사들의 얼굴을 공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의 복심이라 불리는 정진상 얼굴부터 국민에 공개했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사단' 중에서도 최측근 얼굴은 꽁꽁 감추면서 공무를 수행하는 검사들을 '윤석열 사단'이라 낙인찍어 얼굴 공개로 위협하는 건 그래서 그저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통보에 한 차례 불응한 후 오늘(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진짜 결백하다면 제 할 일 하는 검찰 탓을 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게 우선 아닐까.
노정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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