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절약에 유리한데…아파트 교환 매매 활용해볼까
직장인 조 모 씨는 요즘 집 팔 생각만 하면 밤잠을 못 이룬다.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했는데, 기존에 거주해온 경기도 일산신도시 아파트가 좀처럼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아파트 교환 매매를 알아보는 중이다. 조 씨는 “기한 내에 일산 집을 팔지 못하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는데 답답하다. 시세보다 1억~2억원 낮춰 팔기 아까운 만큼 교환 매매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대비 11월 7배 늘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가 뚝 끊기면서 교환 매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200~300건이던 전국 아파트 교환 거래량은 2021년 431건으로 늘었다. 2022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1월 한 달간 교환 거래가 111건으로 1월(15건) 대비 7배가량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 교환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0.02%에서 11월 0.29%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2건(11월 기준)으로 가장 많고, 대전(16건), 부산(15건)이 뒤를 이었다.
교환 매매는 말 그대로 집주인끼리 현금이 아닌 재산권을 주고받는, 일종의 ‘물물 교환’ 개념이다. 일정 금액을 주고 주택 소유권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매물 간 교환인 만큼, 당장 목돈이 없어도 되고 대출 부담도 줄어든다.
일반 매매 거래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소유권 이전 순으로 진행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교환 매매는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까지 손쉽게 이뤄진다. 매도와 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만큼 거래 단계가 단순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일례로 A씨가 보유한 5억원짜리 서울 아파트와 B씨가 보유한 5억원짜리 분당 아파트를 교환 매매하면 이들 모두 현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다. A씨 아파트가 4억원, B씨 아파트가 6억원이라면 A씨가 B씨에게 차액 2억원을 더 내고 교환하면 된다.
최근 ‘부동산스터디’ 같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교환 매매를 유도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서울 노원구 공릉역 초역세권 34평 아파트 교환합니다” “등촌동 역세권 빌라 교환 매매하실 분. 엘리베이터 있음” 등 게시글과 함께 본인이 보유한 주택 사진, 개발 호재 등을 올리며 교환 매매 대상을 찾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최근 교환 매매가 늘어난 배경은 뭘까.
거래 절벽으로 주택 매매가 어려워지자 일시적 2주택자들이 비슷한 매물을 맞바꾸기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정부는 결혼, 직장, 이사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이들에게 취득, 양도 시점에 따른 처분 기한을 부여하고, 기간 내 주택을 팔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규제지역에 기존, 신규 주택을 보유한 일시적 2주택자는 신규 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 내 1주택자가 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비규제지역은 처분 기한이 3년이다. 이 기간 내 주택을 팔지 못하면 향후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거래가 쉽지 않다 보니 1억~2억원 낮춘 ‘급매’로 매도할 바에는 차라리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로 교환 매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교환 매매의 경우 ‘선 양도, 후 취득’으로 보는 만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시적 2주택자끼리만 교환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 2주택자와 1주택자 간 교환 거래에 나서는 경우도 적잖다. 부모가 일시적 2주택자인 경우 1가구 1주택자인 자녀와 교환 거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모 입장에서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자녀에게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보유 주택을 넘겨 증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족 등 특수관계인 매매는 저가 매매 시 시가와의 차액이 시가의 30%(3억원 한도) 이내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교환 매매 대상도 한층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토지나 상가, 전원주택 등 규모가 커서 환금성이 떨어지는 ‘애물단지’ 부동산이 주로 교환 매매 대상이었다. 오랜 기간 거래가 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대폭 낮춰 아파트 같은 우량 주택 상품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양도세 등 세금 문제로 아파트 등 주거 상품끼리 교환 매매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왕이면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교환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다. 아파트는 입지, 브랜드, 입주연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같은 입지 아파트라면 서로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세 기준 명확히 정해야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당분간 교환 거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교환 매매할 때 주의할 점도 많다. 양도세 부담은 줄어들지만 새로 주택을 취득하는 만큼 취득세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세법 개정을 통해 새로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취득세를 8%에서 1~3%로 완화해주기로 했지만, 이미 잔금을 치른 일시적 2주택자는 여전히 취득세율 8% 중과가 적용된다. 고가 주택은 취득세 부담이 만만찮아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교환 매매할 때 시세를 제대로 산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저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원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구매하려는 매물 시세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본인이 소유한 매물 가치를 더 높게 보기 때문에 거래 시 시세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거래가 드문 데다 층, 향에 따라 시세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는 실거래 사례가 있지만 빌라나 단독·다가구주택, 상가는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감정평가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동시에 새로 취득하는 매물에 문제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주택 하자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해 하자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교환 거래 계약서를 쓸 때 ‘노후도를 감안해 매매대금을 산정한 만큼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기로 한다’는 식의 특약을 넣는 것도 요령이다.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교환 거래할 때는 등기부등본으로 근저당권 등 제한물권 유무를 살펴보고 현장을 찾아가 하자, 특히 누수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세나 양도세를 아끼기 위해 서로 ‘업계약서’ ‘다운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추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교환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사를 찾기 어려운 데다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단톡방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처리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가능하면 온라인 직거래 대신 중개 네트워크가 다양한 대형 중개법인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새로 취득하는 매물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면 교환 거래에 신중해야 한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써놓지 않는다면 추후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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