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운용, 뼈아픈 ‘과신’의 대가…10년간 번 돈 1년 만에 날려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 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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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 김두용 대표가 설립한 머스트자산운용이 지난해 매우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자 시장에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해외 종목 서너 개에 집중 투자 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결국 해외 비중을 대폭 줄였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머스트자산운용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두 번째 투자레터를 발송했다. 지난해 상반기 큰 손실로 투자자 원성이 자자하자 첫 번째 투자레터를 발송한 데 이어 두 번째 레터를 통해 소통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레터에서는 투자 전략의 실패를 전혀 인정하지 않아 또 다른 구설수를 낳았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손실을 보자 결국 두 번째 레터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투자레터에서 “매크로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했고 금리 상승으로 장기 성장 기업의 주가 하방 변동성이 심해졌다”며 “단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기업조차 매크로에 의해 펀더멘털 영향을 받았고 일부 리서치상 잘못된 해석을 한 점도 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2022년 한 해 머스트자산운용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50%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의 최근 순자산총액은 2300억원대로 지난해 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씨(SEA), 카바나, 파페치 등 주력으로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지난해 줄줄이 급락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머스트자산운용은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씨, 미국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 미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 지분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1월 초 223달러였던 씨 주가는 최근 50달러 초중반대로 4분의 1토막 났다. 카바나는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230달러를 넘던 주가가 최근 5달러가 됐다. 주가가 90% 이상 폭락한 것이다. 파페치 주가 역시 고점인 34달러에서 4달러대로 80% 이상 추락했다. 결국 머스트자산운용은 한국 70%, 미국 27%, 일본과 유럽 3% 정도의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대폭 조정했다. 단일 종목 비중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부분 2~5% 비중으로 분산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스스로의 리서치 역량을 과신(overconfidence)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한 롱바이어스드(매수 위주) 전략을 추구하며 탁월한 수익률로 평판을 닦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의 역량을 과신한 것이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과신의 대가는 혹독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손실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은 209억원에 달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자사 펀드에 대한 자기자본 투자 비중이 높다. 펀드 성과 부진에 따른 영업 외 손실폭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자문사 설립 이후 10년간 연평균 20% 후반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246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았다. 10년간 쌓은 잉여금의 80%에 맞먹는 손실을 불과 1년 만에 기록한 것이다.

김 대표는 “최소한의 회복이라고 생각되는 2배 수익을 빠르게 달성하는 데 회사의 명운을 건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하방 변동성을 제한하는 안정적인 운용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김두용 대표는 운명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고 촌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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