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자생력· 매력·활력 넘치게… 서울 중구, 전통시장 ‘3力’ 키운다

김이현 2023. 1. 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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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50곳 체질개선 프로젝트 추진
특화상품 개발·사대문 관광 연계
도보 코스 발굴… 상권 활성화 박차
시민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왼쪽). 중구 필동 상가 일대에서 상인회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남산도깨비 낭만포차 모습. 중구는 관내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뉴시스·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는 시내 자치구 중 면적이 10㎢(1.6%)로 가장 작다. 이 작은 면적에 시장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50곳이 모여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패션타운 등 국내를 대표하는 시장도 여럿이다. 시장뿐 아니라 신당동 떡볶이 골목 같은 골목형 상점가도 10곳이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구 거주 인구는 12만3000명이지만 경제생활인구는 그 세 배 이상인 39만2000명이나 된다. 중구는 이같은 경제인구 지원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권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구에는 남대문상권, 동대문상권, 을지로상권, 신당동상권 등 4개의 상권 내에 전통시장(시장·지하상가·골목형 상점가 등)만 50곳에 달한다. 올해에도 벌써 2곳이 늘어났다. 중구 관계자는 9일 “거주민 뿐 아니라 경제 생활을 하는 시민들도 중구에서 생활하면서 소비하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도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이런 사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중구의 상권 체질개선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우선 자생력 있는 시장 만들기다. 구체적으로 상권별로 맞춤형 신메뉴·특화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수시장 내 9개 점포를 대상으로 메뉴개발 컨설팅을 진행해 총 4600만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냈다. 올해는 신당동 떡볶이타운 등을 대상으로 메뉴개발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온라인 판매 활성화와 시장시설 현대화·골목형 상점가 추가 발굴 등도 꾸준히 추진한다.

중구는 대부분 영역이 사대문 안에 있어 문화·관광자원이 많다. 구는 이와 연계한 상권 활성화를 추진한다. 먼저 지난해부터 동대입구역 2번 출구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사이 장충단길을 대상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다.

장충단길 인근에는 남산·장충단공원·다산성곽길 등 역사문화자원들이 있다. 장충단이 을미사변 때 일본군과 맞서 순국한 충신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 만큼 중구는 이와 연계한 ‘장충단 추모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기에 장충단비·수표교·이준 열사 동상 등 공원 내 주요 역사 관련 콘텐츠를 둘러보는 ‘힐링문화 투어’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구는 역사문화자원들이 족발집, 카페 등으로 대표되는 상권과 연계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중구뿐 아니라 서울시의 대표 관광 상권이었던 명동을 대상으로도 빛축제나 우주맥주 페스티벌 등 이벤트 개최나 명동 예술극장 앞 야외공연장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엔 필동면옥 등 맛집이 많은 서애로 상권과 동국대 자원을 결합해 상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축제기획단에 지역단체뿐 아니라 대학생 등을 포함해 공연, 플리마켓 등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필동 상인회, 동국대 음악동아리 등이 협업한 ‘남산도깨비 낭만포차’가 1000여명이 참석하며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중구는 관내 밀집한 상권을 잇는 도보 코스도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황학동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보리밥골목, 청계천 등을 잇는 ‘신먹깨비 투어 코스’를 만들었다. 특히 이를 건강과 연계해 성과를 보기도 했다. 걸으면 중구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는 ‘중구 건강마일리지’ 앱과 연계한 이벤트를 지난해 일주일간 진행해 670여명을 시장으로 끌어모으기도 했다.

올해도 동대문 패션타운부터 중부시장, 인헌시장, 남산골 한옥마을을 잇는 ‘광희동 장 보고 걷기’ 코스 등 유사한 도보 코스를 만들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가 세운지구부터 다산로까지 녹지생태도심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구는 이 역시 공원·녹지로와 상권이 연계돼 연남동 등 경의선숲길 상권처럼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인터뷰
“시설 개선보다… 시장 생존력 키우는데 초점”


김길성(사진) 서울 중구청장은 9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금껏 시장 지원책은 단순한 시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시설 개선뿐 아니라 시장의 생존력을 키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상권 체질개선 사업의 준비 배경을 밝혔다.

중구에는 문화·관광 자원과 상권을 연계할 지역이나 콘텐츠가 많다. 최근 125년 역사의 명동성당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명동의 한 에스프레소 바가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은 "명동, 장충단길, 서애로 등 문화·관광자원 연계를 통한 상권 활성화 방안도 중구이기에 가능한 사업"이라며 "문화에 대한 투자는 지역경제가 뿌리내리고 성장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서애로 일대에 이어, 만리재로 일대의 '서울로 사잇길'도 문화 자원과 상권을 연계해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서울로 7017과 연결돼 젊은 감성의 카페, 식당 등이 들어서면서 '만리단길'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이곳에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과 공원, 손기정 기념관과 마라톤 공원, 도서관 등이 있어 문화자원과 연계했을 때 상권의 확장 가능성이 큰 곳"이라며 "예산 등 관련 여건이 마련되면 축제, 문화공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이같은 지원책이 하향식 정책 결정 구조라는 한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상인들과 꾸준히 소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상인들 위주로 좋은 성장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취임 후 꾸준히 상인들과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상인들의 의지와 문화 자원 연계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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