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없고 편리 ‘먹는 인슐린’ 개발… 주사제 대체는 글쎄
위산에 녹지않고 간 도달·흡수
주사제처럼 체중 늘지 않아
의료진 "주사제 완전 대체보다 초기 환자 보조 치료로 적당"
국내 바이오기업과 판권 계약
인슐린은 중증의 당뇨병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지녀야 하는 필수품이다. 몸 속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투여해 줘야 위험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든 인슐린 제제는 주사나 몸에 착용한 펌프 형태로 주입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인슐린 주사제의 경우 효과를 내는 속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다만 이런 방식들은 하루에도 수 차례 주삿바늘을 찔러야 하는 부담감과 인슐린펌프를 몸에 달고 다니는 데 따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개선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먹거나 코에 뿌리거나 혹은 피부에 붙이는 등 다양한 제형의 인슐린 개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코에 뿌리는 분무형 인슐린의 경우 글로벌제약사가 제품화까지 했지만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인슐린 패치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지만 전달을 위해 몸에 상처를 내야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인해 상용화에 실패했다. 최근 캐나다 대학 연구팀은 잇몸과 뺨 사이에 물고 있으면 녹아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류로 흡입되는 알약 인슐린을 개발해 동물실험을 거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구용 인슐린 개발도 마찬가지다. 한 글로벌제약사는 2015년 흡수강화 성분이 들어간 ‘먹는 인슐린’을 개발해 2형당뇨 환자 50명 대상 임상시험(2상)까지 진행했으나 추가 연구를 중단했다. 인슐린 주사 그룹과 비교해 안전한 수준으로 혈당은 조절됐으나 경구용 인슐린 사용 시 기존보다 많은 용량이 들어가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서다.
연구자들이 꼽는 경구용 인슐린 개발의 걸림돌은 단백질 성분인 인슐린을 복용하면 위산 때문에 위에서 분해된다는 점과 체내에서 어느 정도 흡수됐는지 예측하기 힘들고 주사제 보다 많은 양의 인슐린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제약회사가 혁신적인 약물전달 기술을 이용해 이런 난제를 어느정도 극복한 먹는 인슐린(캡슐형)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임상시험(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의 핵심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넣어 인슐린이 위에 들어가도 위산에 녹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장용정). 또 장에 도달한 인슐린은 소장 벽에 붙어서 장막을 통과해 간에 도달·흡수되도록 설계됐다.
미국에서 2형당뇨 환자 298명(2~3개 혈당강하제 복용자) 대상으로 용량에 따라 7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임상2상결과 하루 1회 8㎎으로 치료한 그룹의 당화혈색소(3개월 평균 혈당치) 감소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나 중대한 이상반응은 위약 대비 증가하지 않았다. 해당 제약사는 2020년 11월부터 미국 96개 의료기관에서 710명 대상으로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톱라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얼마 전 국내 바이오기업(메디콕스)과 판권을 체결한 이 제약사는 최종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늦어도 다음 달에는 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승인 시 세계 최초 먹는 인슐린이 탄생하게 된다. 제약사 최고의학책임자는 “주사를 통해 혈류로 들어간 인슐린은 전신을 돌며 간에 도달하는 비율은 얼마 안 된다.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의 80%가 간으로 가 대사되고 20%가 혈류에 남는데, 간에 도달하는 인슐린이 부족하다”며 “먹는 인슐린은 장에서 흡수되면 간으로 바로 가서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주사제처럼 체중이 느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 편의성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당뇨 환자와 의사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반응이다. 미국의 한 글로벌CRO(임상시험수탁기관)는 170명의 전문의 대상 조사에서 약 76%가 주사 대신 먹는 인슐린을 처방하길 원한다는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은 “먹는 인슐린의 타깃을 국내 초기 2형 당뇨 환자들에게 초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초기 당뇨 환자들은 스스로 질병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인슐린 주사 치료 소홀로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아 경구용으로 초기에 적정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내과 김성래 교수는 9일 “지속적인 인슐린 투약이 필요한 1형당뇨 환자에게는 적절치 않고 어느 정도 인슐린이 나오는 2형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쓰는 등의 선택지 하나가 새로 생긴 정도로 봐야하지 않나 싶다”며 “인슐린 주사를 완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먹는 인슐린의 FDA 승인에는 최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며 한국 시장에는 2025년쯤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슐린 주사 경력 30년의 80대 여성 2형당뇨 환자는 “주사제 만큼 효과가 있고 편리하다면 이용해 볼 의향이 있으나 충분히 검증된 약물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인슐린 주사 20년 경력의 70대 환자도 “먹는 인슐린의 복용량이 많으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구용 약이 나오면 충분한 설명과 주의사항이 안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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