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주주행동주의…태풍이냐 vs 미풍이냐

김종학 기자 2023. 1. 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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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주 첫 주주행동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앵커>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 저평가 종목으로 평가받아온 은행주의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은행들을 상대로 주주환원을 늘리라는 주주제안에 나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건데, 제안의 성사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부 김종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은행 지주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으로는 처음있는 일입니다.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주주행동 캠페인을 주도하는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는 지난 주 초 국내 7개 은행지주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는데, 핵심은 이렇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비효율적인 자본배치만 바꿔도 높은 자산건전성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유지하면서도 배당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은행이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이 배당 여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얼라인측은 예대마진, 이자이익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낭비하지말고 배당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하면, 현재 평균 0.3배에 불과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렇게 해서 높아진 주가를 바탕으로 인수합병 등 재투자가 이뤄져야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의 주장처럼 지금까지 은행 지주는 정부의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제한하거나 위기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배당 성향은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주가는 오르지 않는 저평가 현상이 반복되어왔습니다.

얼라인은 이러한 저평가를 해소할 핵심을 배당 확대로 보고 적정한 자본비율 유지에 필요한 돈을 뺀 나머지 자본, 당기순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과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그동안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앵커>

지난주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이 알려진 뒤 일부 은행주 주가는 이미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시장의 기대대로 이번 주주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봐도 되는 걸까요?

<기자>

지난 주 신한지주의 경영포럼에서 보통주 기준 자본비율 12% 초과분을 배당 확대에 쓰겠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이후 신한지주 주가가 일주일간 최고 15%포인트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얼라인의 공개주주서한과 무관한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개 주주서한을 통한 주주환원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단은 엇갈립니다.

하나증권은 감독당국의 정책 기조와 얼라인의 주주환원 캠페인 등을 감안시 올해 배당성향이 예년대비 상당폭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유안타증권은 공식 입장이 아닌데다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방법이 빠진 점을 들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게다가 현재 증권업계 전망에 따르면 은행지주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예상치 평균보다 3% 가량 낮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리인상 국면에서 이익이 증가해왔지만, 통상 12월 비수기인데다가 대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올해 이자이익이 하락할 우려도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1분기 자산유동화증권 만기를 막기 위해 자금 동원이 필요한데다, 감독당국은 주주환원은 어려움을 감당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점도 은행지주 이사회에 전향적 결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입니다.

<앵커>

행동주의 펀드가 말하는 기대치에 비해 당국의 입장은 완고해 보입니다.

이렇게 규제가 강력한 은행 지주들을 주주행동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기자>

국내 은행들은 국민연금 등이 지분을 들고 있지만 뚜렷한 지배적인 주주가 없고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구조인데, 사실상 거수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왔습니다.

얼라인이 파고든 부분도 일종의 `주인없는 회사`의 허점인 이사회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소액주주을 결집해 표 대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얼라인은 주주제안에 앞서 우리금융 지분 1%와 JB금융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고, DGB금융은 주주들로부터 1%의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공개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내지 않거나, 목표 주주환원율 50%에 대한 방안을 받지 못할 경우 3월 주주총회에 직접 주주제안에 나설 동력을 모으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대기업 지배주주를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전략이 보다 과감해지고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때 투기적 자본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행동주의 펀드인데,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기자>

국내 행동주의에 불을 붙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끌어냈고, 지난 달에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문제 제기해 이를 보류시키기도 했습니다.

현재 사모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KT&G를 대상으로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과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죠.

국내 운용사뿐 아니라 홍콩계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락앤락은 최근 실시한 과도한 배당을 비판하는 등 주주행동주의 펀드 행보가 올해 3월 주총을 전후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동주의펀드가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에스엠 주가는 20%, KT&G 주가는 26% 가량 단기간 상승하는 등 실제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더라도 결국은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저평가 해소를 내세워 기업의 파트너로서 경영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주가차익이나 대규모 배당을 받고 지분을 파는 행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합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이들 펀드들이 이러한 의구심을 덜어내고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입증해야 행동주의 펀드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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