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배우 영상 퍼진뒤 사달 났다…의회 습격 '노란셔츠' 정체

이유정 2023. 1.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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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자이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에 무단 침입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대통령궁·의회·대법원 등 연방 기관을 습격한 ‘노란 셔츠 시위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과 닮아있다.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백인(비유색인종) 남성이 주도했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브라질 대선의 전자 투표 시스템은 사기이고,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룰라) 대통령과 노동당, 사회주의가 브라질을 망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신념이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은 그의 낙태·동성애 반대 발언에 동의하는 이들이다. 총기 규제 완화와 유류세 완화 등 우파 포퓰리즘으로 꼽힌 정책들을 지지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선 직후 보우소나루의 패배가 가시화된 뒤 전국의 도로 마비 사태를 불러온 ‘트럭 기사 부대’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결선 투표 이틀 뒤인 11월 1일 "이번 대선은 사기" 등을 외치며 상파울루·산타카나리나 등 26개주 340여곳의 주요 도로에 대형 트럭을 몰고 가 길을 막고 타이어 등을 불태웠다. 상파울루의 과룰류스 국제공항은 진입로가 막혀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됐다.

지난해 11월 1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럭 시위대가 브라질 상파울루주 외곽의 엥부 다스 아르테스의 고속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은 보우소나루 정권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인 경유 연료비 감축 정책을 지지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 경유 가격을 낮추라고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경유세를 ‘제로(0)’로 유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트럭 운전사들에게 매월 유류비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연간 540억 헤알(약 12조 8000억원)의 세입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영국 BBC 방송은 나아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강성 복음주의 기독교들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 기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곧 종교적인 탄압처럼 내세웠다. 매체는 “‘신만이 나를 권력에서 제거할 것’, ‘신ㆍ조국ㆍ가족 및 자유’ 등 종교적 색채가 짙은 구호가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은 룰라 집권 1기(2003~2006년)와 비교해 브라질 전체 인구의 15%에서 지난해 30%까지 두 배 늘어났다고 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시위에서 보우소나루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대 2556만명의 팔로어(인스타그램 계정 기준)를 거느리며 보우소나루가 활발하게 활약한 소셜미디어(SNS)는 대선 불복 반정부 시위를 과격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폭동 사건 때와 판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8일 오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각종 극우 단체 홈페이지에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는 전직 배우·인플루언서 등의 동영상이 일제히 퍼졌다. 브라질의 인기 리얼리티쇼 ‘빅 브라더 브라질’ 시즌1에 출연한 인플루언서가 4시간 동안 시위를 유튜브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입은 노란 셔츠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인 ‘작은 카나리아(canarinho)’ 셔츠에서 유래됐다. 보우소나루 캠프가 노란색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채택하며 국가 대표 유니폼이 극우 세력의 상징물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반대파에서 나왔다. 룰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노동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옷을 입는다.

「 용어사전 >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 사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승인하는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사당을 점거해 일으킨 폭력 시위.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사망하고, 경찰 150여 명이 다쳤다. 사태 직후 경찰 1명이 사망했으며, 4명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6 사태 직후 민주당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사태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미 하원 1·6 사태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달 트럼프에 책임이 있다며 법무부에 기소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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