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치적 급소' 감싼다…취임 후 첫 국경 방문, 중도층 공략

박현영 2023. 1.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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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엘패소에 설치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따라 관세국경보호청(CBP) 대원들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경로 중 한 곳인 텍사스주 엘패소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남부 국경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라고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국경 장벽이 쳐진 일부 구간을 국경 순찰대원들과 함께 걸었다. 장벽 한쪽은 엘패소, 다른 쪽은 멕시코 도시 후아레스가 자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다리인 '브리지 오브 아메리카스'를 찾아 관세국경보호청(CBP) 요원들이 군견과 각종 장비를 활용해 차량에서 밀입국자와 마약, 밀수품을 탐지하는 시연을 참관했다.

이후 이민자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루 평균 300~500명, 많을 때는 1000명에게 옷과 양말, 신발 등 생필품과 음식을 나눠주는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지대에 와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백악관 기자들 질문에 "그들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관세국경보호청(CBP) 대원들이 마약 등 밀수품을 탐지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방을 방문할 때 통상 주민들을 초대하는 공개 연설 일정을 잡지만, 이번 엘패소 방문에서는 공개 연설이 생략됐다.

국경·이민 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 이슈인 데다, 야당으로부터 이번 방문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받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공항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할 때 건넨 편지에서 방문이 2년이나 늦었으며, 정작 대규모 불법 이민 발생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만에 남부 국경을 방문한 데 대해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정치적 약점으로 꼽히는 이민·국경 정책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는 바이든 취임 첫해 170만명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240만명으로 급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민 문제가 바이든의 가장 취약한 문제 중 하나로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으며, 무소속 유권자 대다수가 그(바이든)의 국경 관리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민 문제에 가장 관대한 극진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당내 중도와 무당파를 공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차원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방문을 피하는 동안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은 이민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고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주지사들이 이민자들을 버스와 비행기에 태워 워싱턴과 뉴욕 등 북부 도시로 보내자 일부 도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4년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한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 확대 방침을 밝혔다.

또 불법 입국 시도가 많은 쿠바·니카라과·아이티·베네수엘라 4국 국민이 미국 내 후원자가 있고 육로가 아닌 항공기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이민하면 매월 3만 명까지 수용하겠다는 국경 정책을 발표했다. 육로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불법 이민자는 멕시코로 추방할 것이며, 멕시코가 월 3만 명을 수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인권 운동가들은 망명을 제한하는 반(反) 인도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멕시코는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엘패소에서 출발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캐나다·멕시코 정상들과 9~10일 북미3국 정상회의를 열고 에너지·경제협력·이민·마약 밀매 등 현안을 협의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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