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로비, 기자뿐 아냐... 판사·검사도 굴비 엮듯 나올 것"
[김종훈 기자]
▲ 재판 출석하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2월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김만배의) 로비 대상엔 기자뿐 아니라 판사와 검사도 있다. 골프 접대와 용돈 100만 원이 김만배의 일상적 접대 메뉴였다. 골프장 이용 내역만 봐도 굴비 엮듯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9일 오전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자신의 SNS에 '김만배, 법조계 로비 의혹... "판·검사들 골프 접대하고 100만 원씩 용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남긴 말이다. 봉 기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김만배와 언론인의 돈거래 이상으로 판·검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이 심각한 일"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키맨 김만배가 기자들에게 현금과 아파트 분양권을 줬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보도가 나간 뒤 일주일 이상 다른 언론의 추가적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저녁부터 SBS와 <조선일보>, <서울신문>은 '검찰이 김만배씨가 얻은 대장동 사업 수익 흐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언론사 간부들과의 금전 거래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해당 언론사를 <한겨레>와 <한국일보>, <중앙일보>로 특정해 보도했다.
보도 후 파장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9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김만배가 언론을 매수한 목적이 뭐였겠냐"며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대장동 일당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대장동화'를 노렸다. 대장동 게이트는 부패한 지방 권력과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까지 가세한 우리 사회 부패 커넥션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 2013년 3월 5일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 정영학은 김만배의 발언 중 ‘공적으로 들어간 돈’에 밑줄을 긋고 ‘로비한 돈’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
ⓒ <뉴스타파> 기사 캡처 |
<뉴스타파>는 9일 보도에서 "김만배가 관리한 '언론사 기자 명단'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면서도 "김만배가 청탁한 대상은 기자뿐 아니라 판·검사 등 법조인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밝혔다.
그 증거로 2013년 3월 5일에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을 제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형(김만배)이 공적으로 쓴 것 말고 사적으로" 쓴 돈이 더 많다며 "공적으로 들어간 돈 따지면 형이 더 받아야 해"라고도 말했다. 정영학은 '공적으로 들어간 돈' 아래에 화살표로 '로비한 돈'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김만배는 법조인 로비에 자신의 돈도 들어간 사실을 강조하며, 이익을 더 챙겨달라는 취지로 정영학에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대화가 이뤄진 2013년 시점을 감안하면, "이날 김만배가 막았다는 수사는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였던 걸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당시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이 최 의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라고 설명했다. 최윤길 전 의장은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대장동 업자들의 사업을 도운 인물이다. 2021년에는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취업했다.
▲ 남욱 변호사가 2022년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 공동취재사진 |
이날 보도에서 <뉴스타파>는 2021년 10월 20일 검찰이 작성한 '남욱 피의자신문조서'도 공개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법조인들에게 한 구체적인 로비 정황을 증언한다.
검사 : "법조인에 대한 로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욱 "(김만배가)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 원식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 원식 갖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 저도 이 사건 터지고 나서 국회에 있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들 중에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할 거라고 했다."
이어 남 변호사는 검사가 '김만배가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펼친 목적'에 대해 묻자 "제1공단 시행업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 주식회사가 공원화에 반대하면서 성남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막은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그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았으면, 대장동 개발 사업이 3년은 지연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얘기"라며 "당시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의 수익을 제1공단 부지의 공원화 사업에 쓰는 '결합 개발' 방식을 추진했다. 그런데 제1공단을 개발하려는 사업자가 반대를 하면서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성남시가 최종 승소했다. 그때 성남시가 졌다면, 남욱의 말대로 3년 가량 늦춰지거나 아예 좌초됐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조사에서 남욱은 한겨레신문 소속 기자에게 김만배가 6억 원을 건넨 사실도 진술했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김만배가 뒤늦게 가짜 차용증을 만들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을 내내 수사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29일 뉴스타파가 김만배의 언론계 로비 의혹을 제기한 후에야 뒤늦게 수사에 들어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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